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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운동장 가득 메웠던 군중·환호·야유…합동유세장의 추억

강원일보 창간 77주년 취재사진 현장 속으로

① 1993년 11월 지선 출마자들의 현수막이 원주시내에 게시돼 있다. ② 합동연설회장에서 후보들의 연설을 경청하는 시민들. ③ 강원일보를 든 출마자들이 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④ 원주 우산초교 합동유세장에 입장하고 있는 시민들.

전국동시지방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새롭게 강원도 내 18개 시·군을 대표하게 된 243명의 일꾼은 저마다 꿈꾸고 그리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에 서게 됐다. 아무쪼록 당리(黨利)와 당략(黨略)을 좇는 정치꾼이 아닌 진정성 있는 자세로 강원도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역의 동량(棟梁)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후보자 목소리 직접 들을 수 있던 유일 통로 합돈연설회

지지자 동원해 환호성·박수 세 과시 시끌벅적했던 풍경

기호·이름·소속 정당만 담은 심플한 플래카드도 눈길

선거라는 제도가 도입되고 출마를 결심한 사람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개표 과정을 거쳐 상대 후보를 제치고 당선의 영예를 안은 사람을 첫손에 꼽을 수 있겠지만 선거기간의 치열함만 놓고 보면 투표가 필요 없는 나 홀로 출마자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의 행운을 거머쥔 후보들은 전국에서 선출된 인원(4,132명)의 12%(494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전에 뛰어든 대부분의 사람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피 말리는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사진은 1993년 춘천과 원주 등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 운동 기간 때의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보궐선거와 관련된 일정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지역마다 선거일이 모두 달랐다고 한다. 중구난방으로 선거 일정을 정하다 보니 투입되는 예산이며, 인력 낭비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사진의 특징들을 현재의 그것과 비교하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후보를 홍보하는 플래카드의 모습(사진 ①)이다. 기호, 이름, 소속정당만 담은 상당히 심플(?)한 모습의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후보자의 얼굴과 기호, 정당은 기본이고 주요 공약들을 임팩트 있는 구호로 담아내는, 좀 더 복잡하고 화려한 현재의 선거 플래카드 트렌드와는 ‘천양지차'다. 특색 있는 공약을 통한 차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홍보를 우선으로 한 당시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한 ‘합동연설회(사진 ②)' 모습도 사뭇 달랐다. 지금이야 수차례 진행되는 TV 토론회가 일반화돼 있지만 당시만 해도 후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유일했다. 세를 과시하기 위해 나에게는 환호성과 박수를, 상대 후보에게는 무관심과 야유를 보낼 지지자들을 모아 연설회장으로 데려오는 것도 후보가 신경 써야 할 일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지지 후보를 홍보하는 모습(사진 ③) 또한 소박하다. 당을 상징하는 형형색색을 옷을 입고 공약이 담긴 패널을 흔드는 것은 기본이고 차량을 이용하고 음악으로 자신들을 어필하는 적극적인 현재의 모습과는 대비된다. 선거홍보원 없이 거리에 나선 이들은 시내를 돌며 간략하게 정리된 공약집을 배포하고 짧은 연설과 함께 기호를 연상케 하는 손동작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960년 이후 31년 만인 1991년 지방선거는 부활된다. 이어 1995년이 되면서 현재와 같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이때를 1회로 해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지방선거 형식이 올해까지 8회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960년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모두 4차례(시·도의회의원선거, 시·읍·면의회의원선거, 시·읍·면장선거, 서울시장 및 도지사선거) 진행됐다. 이어진 1991년 지방선거는 3월과 6월 구·시·군의회의원선거와 시·도의회의원선거로 나뉘어 치러졌다. 1995년에 이르러 날짜를 달리해 치르던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선거와 직선으로 선출하게 된 지방자치단체장을 같은 날짜에 뽑으면서 첫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렸고, 2010년에 교육감 선거까지 포함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혹자는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함께 정견을 들으며 시끌벅적하던 흑백사진 시절이 더 낫다는 이도 있고, 현재의 선거운동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풍경은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안타까움이 서로 교차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투쟁이 아닌 ‘축제의 장(場)'이 되기 위해서는 당선을 축하하고 낙선을 위로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모습을 서로서로 갖추는 것이 우선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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