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2024, 문화를 만나다]②고유경 전시 기획자

아르브뤼코리아 사회적협동조합, ‘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
“내가 죽은 이후에도 아이가 행복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고유경 전시 기획자

발달장애 작가의 뒤에는 물심양면으로 이들을 보살피는 부모가 있다. 무탈하게 작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들의 엄마들이 힘을 모아 결성한 아르브뤼 코리아 사회적 협동조합. 이들은 2024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의 슬로건 ‘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 아래 오는 1일까지 강릉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펼친다. 작가이자 아들인 정도운씨와 함께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전시 기획자, 고유경씨를 만났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부모는 죽을 때까지 ‘내가 죽고 나면 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까’가 제일 걱정이에요. 그래서 부모가 죽은 이후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엄마들이 모였어요.”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참여하는 전시인 만큼 어린이와 청소년을 전시에 초대하고 싶었다는 그. 이에 ‘아트지움’ 단체에 소속돼 있는 보호시설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자립준비청년을 비롯해 발달·청각·시각장애 아동이 모여 미술 활동을 하는 ‘김지수 작업실’, 발달장애작가 미술 그룹 ‘도화지’, 밀알 복지재단 소속 작가들을 초청했다.

“강원 2024의 주인공이 청소년이니까 청소년과 함께 미술로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 안에서 다양성도 추구하고 싶었죠. 주변 여러 단체에 의사를 물었고, 선뜻 함께 뜻을 모아주셨어요. 같이 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해주시는 분도 계셨던 만큼 공간에 비해 꽤 많은 작가가 모였어요.”

◇고유경 전시 기획자

45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장은 166점의 작품들로 가득 찼지만, 답답하거나 과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작가들이 선보이는 미술 세계에 놀라기 바빴다. ‘죽음’을 다루는 정도운 작가의 작품부터 다채로운 색감을 통해 자연을 노래하는 이다래 작가 등 각양각색의 특색을 갖춘 작품은 그 자체로 눈부셨다.

“강원2024 자체가 축제니까 모두 함께 어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발달장애작가들의 가장 큰 특징이 사회성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게 어렵다는 건데 신기하게 전시를 열 때 가장 행복해해요. 자부심도 느끼고, 사람들에게 자기 어필도 하죠. 가장 취약했던 일이 전시를 열면 달라지는 게 놀라워요. 개막식 날에는 갑자기 일어나서 모두가 함께 춤을 췄어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아니라 정말 그 순간 자신이 주인공이 된 거죠.”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라지만, 실상 주인공 같은 삶을 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참여 작가 45명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만큼, 강원2024 역시 전 세계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청소년이란 존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발달장애 작가들에게는 불가능의 영역 같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같은 청소년이지만 어떤 청소년은 모자랄 것 없이 모두 가진 분이 있고, 많은 결핍을 경험한 사람도 있어요. 근데 그런 거 상관없이 모두 그저 강원2024를 통해 어우러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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