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

황만진 삼척주재 국장

황만진

폭염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던 지난 6월 마지막 날.

국내 마지막 국영탄광인 석공 도계광업소가 개광 89년만에 문을 닫았다. 89년간 석탄 4,300만톤을 생산하며, 국민연료였던 연탄의 수급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왔지만, 지역주민들 뜻과는 달리 정부와 노·사 주도로 폐광이 결정됐다. 때마침 이날 폐광 대체산업을 확보하기 위해 생존권 투쟁을 해 오고 있는 주민들은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주변에서 37도를 넘는 폭염속에 금방이라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3보1배(三步一拜)를 하며 폐광지역이 살아가야 할 길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땀과 눈물이 뒤범벅된 투쟁현장에서 주민들은 조기 폐광 경제진흥사업의 조속한 확정을 요구하며, 무려 2시간30여분간 팔꿈치와 무릎에 상처를 입는 고통을 참으며 생명줄을 달라고 울먹였다. 이들의 생존권 투쟁은 한겨울에 시작해 봄을 지나, 여름을 맞으면서 사계절 중 3개의 계절이 지나도록 204일간 계속되고 있다.

이날, 같은 시각 평생 직장이던 폐광현장을 찾은 광부들은 애환이 묻어난 갱구를 멍하니 바라보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 시간을 되새기며 가슴이 먹먹한 순간을 보냈다. 햇빛 한줌 들지 않는 곳에서, 검은 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가족들의 내일을 위해 묵묵히 일했던 그들의 땀과 열정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밀려 왔다.

1956년 경북 영주에서 태백 철암까지 개통된 영암선 철도는 처음으로 백두대간을 넘어 철길이 연결되면서 국내 석탄산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어 태백∼고한∼영월∼제천을 잇는 태백선이 개통했고, 삼척탄광이 남한지역 최대 탄전으로 급부상하자 노다지의 꿈을 안고 도계로 몰려왔다. 인구가 급증했고, 도계국민학교(현 도계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1965년에서부터 1970년까지 3,000명대를 웃돌았다. 당시 강원도내에서 가장 큰 학교였다. 학생이 많은 반면 교실이 부족해 오전과 오후로 나눠 2부제 수업을 했고, 운동회도 이틀간 저학년과 고학년부로 나눠 열기도 했다.

“광부들 월급날이면 지나가던 개(犬)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1996년까지 12개 탄광 중 10개 탄광이 문을 닫았고, 인구도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석공 도계광업소 폐광으로 삼척시와 지역사회가 입게 될 피해규모가 5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태백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은 태백시(3조6,000억원) 보다 2조원 가까이 많은 규모다. 도계지역이 석탄산업 의존도가 크기 때문인데, 직·간접 실업규모는 1,600명으로 도계읍 인구의 18%에 이른다.

지역주민들이 204일째 생존권 투쟁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폐광지역 경제 회생의 마지막 단추가 돼줄 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만이 남았다.

더 이상 노다지 꿈을 안고 사람이 몰려들던 도계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땅으로, 광산도시가 연명할 수 있는 생명줄이 필요하다.

도계의 역할, 국가 및 지역발전 기여도 등을 고려할 때, 삼척시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폐광지역의 대체산업은 정치논리와 이념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인 탄광도시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버지가 광산 노동자였고, 수많은 광산에서 노고를 마다않던 노동자 덕분에 석탄산업은 국가경제의 1등 공신 역할을 해 냈다"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며, 국가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 대해 이제는 국가가 응당하고 특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 또한 탄광주민들의 애환을 알기에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약속을 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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