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고교시절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른바 '소년범 논란'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배우 조진웅(49)이 21년 간의 배우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진웅은 지난 6일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고교 시절 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조진웅은 드라마 '시그널', 영화 '경관의 피', '독전' 등에서 형사 역을 맡았고, 여러 영화에서 독립투사로 등장하면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국민 특사로 참여하고, 올해 제80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대표 낭독했다.
이번에 제기된 소년범 논란은 그가 배우로서 쌓아온 정의롭고 강직한 이미지와 괴리가 큰 내용이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1996년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동문 극단 '동녘'에서 연기에 입문한 조진웅은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이후 영화 '비열한 거리'(2006)와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2009) 등으로 대중에 점차 얼굴을 알린 그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와 천만 영화 '명량'(2014)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인지도를 키웠다.
조진웅은 특히 여러 작품에서 형사 역할을 도맡으며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 시작은 신념이 강하고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으로 등장한 2016년 화제작 tvN 드라마 '시그널'이었다.
종영 이후 후속작 요청이 끊이지 않던 '시그널'은 내년 상반기 10년 만의 후속작 '두번째 시그널' 공개를 앞둔 상황이다. 다만 조진웅의 과거 논란으로 방영 일정에 변동이 있을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진웅은 '독전'(2018)과 '독전 2'(2023), '경관의 피'(2022)에서도 연달아 형사로 등장했고, '블랙머니'(2019)에서는 검사 역을 소화했다.
이 같은 이력을 배경으로 초국가범죄 조직의 추격기를 그린 SBS 스페셜 다큐 '범죄와의 전쟁'의 내레이션(해설)도 맡았다. 현재 방송 중인 4부작 다큐멘터리로, 조진웅의 은퇴 선언 직후 SBS는 해설자를 교체하고 이미 방송된 분량도 수정을 진행 중이다.
영화 '대장 김창수'(2017), '암살'(2015) 등에서는 독립투사를 연기했다.
이 이력은 2021년 그가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과정에 국민특사로 함께하는 계기가 됐다. 조진웅은 당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의 파묘식부터 대한민국 대전현충원의 유해 봉환식까지 전 과정에 동행했다.
당시 KBS 1TV는 이 모든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를 방송했지만, 현재 이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로 전환됐다.
조진웅은 국민특사 활동 이후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의 내레이션도 맡았다.
그의 과거가 알려지면서 여론이 싸늘한 가운데, 일각에선 소년법 목적이 반사회성을 교정하고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임을 고려할 때 과거 소년보호처분 이력을 문제 삼아 비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련 변호사도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성행을 교정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소년법 제1조 목적). 소년법에 따라 조사,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소년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보도할 경우 형사처벌한다(소년법 제68조 보도금지)"라며 "현재 성인이 되기는 했으나, 모 배우의 실명을 찍어 보도하는 것은 소년법 취지에 반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 도처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온통 너덜너덜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가수 이정석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너희는 그리 잘 살았고 살고 있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고 적었다.
문장 상 주어는 없었으나, 은퇴를 선언한 조진웅을 지칭한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는 글이 삭제된 상태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도 페이스북에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복잡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당 박범계도 "조진웅 배우의 청소년기 비행 논란이 크다.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도 "대중들에게 이미지화 된 그의 현재(모습)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만 모든 선택은 가역적"이라며 "변함없는 팬인 저는 '시그널2'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