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의 원가는 얼마일까? 조사결과에 따르면 260원 정도라고 한다. 3,000원짜리 커피 한 잔 값이 한 사람의 나흘간 밥값과 맞먹는다. 그것도 하루 세끼 다 밥을 먹을 때의 이야기이고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경우라면 일주일치가 될지도 모른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4인 가족이 평균 한 달에 20㎏ 쌀 1.3부대를 먹는다고 한다.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쌀값의 비중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쌀 문제가 심각하다. 수확기에 쌀값이 예년에 없이 하락하고 있으며 쌀 협상 국회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분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겠지만 한마디로 쌀이 남아돌아 문제인 것이다. 내 어릴 적에 가장 많이 쓰인 인사말은 '진지 드셨습니까?'였다. 쌀이 없어 감자와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고 점심은 아예 거르는 일이 예사였다. 그 소중하던 쌀이 푸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영농기술의 발달로 쌀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결과이다. 쌀 소비량을 보면 90년에 연간 1인당 20㎏부대로 6부대 정도(122㎏) 먹던 것이 지난해에는 4부대 수준(82㎏)으로 줄었다. 10여년 동안 무려 3분의 1가량 줄어든 셈이다.
금년부터 양정제도가 바뀌어 50년 이상 지속되어온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와 소득보전직불제가 도입되었다. 공공비축제의 도입으로 종래의 정부수매가격에 의한 소득보전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쌀 농가 소득보전 목표가격을 17만83원(정곡 80㎏당)으로 정하고 수확기에 쌀값이 이보다 하락할 경우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해 준다. 일본이 쌀 개방으로 인한 충격을 우리보다 적게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농가소득 중 농외소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03년 기준으로 일본의 농가당 농업소득은 111만엔으로 전체 농가소득 772만엔의 14.4%에 불과하다. 나머지 소득은 급여 등의 농외소득이 56.0%이고 연금이나 기타수입이 29.6%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65.0%이며 쌀소득은 농업소득의 절반(49.9%)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쌀 가격이 농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모두가 쌀이 남아돌아 걱정인 것 같지만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상황은 다르다. 미국 농무성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쌀 재고율은 지난 5년간 계속 감소하여 2005/06년도 기말재고율은 15.5%(6,429만톤)로서 74/75년도의 식량위기상황 이래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90년대 후반에 쌀 재고량이 급증하자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쌀 생산국에서 벼 대신 대른 작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작황변동을 흡수하는 재고율이 소비량의 16%에 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한 나라가 독립된 주권국가를 유지하려면 국방 못지않게 식량의 자급은 필수적이다. 동유럽과 구소련의 체제붕괴의 한 원인이 식량난에 있었고 북한만 해도 식량부족으로 얼마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지난 80년 쌀농사 흉작으로 인해 1,700만섬의 쌀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을 때 갑자기 상승한 국제 쌀값 때문에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수입한 경험이 있다.
논농사는 식량생산이라는 기본적 기능과 더불어 환경보전, 식량안보, 전통문화유지 등 다원적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다원적 기능은 WTO에서도 비교역적기능(Non Trade Concerns)으로 인정되는 개념이다. 논은 집중호우가 내리는 여름철에 빗물을 가두는 작은 저수지 역할을 해낸다. 이와 같은 홍수조절기능, 수자원함양 및 대기정화기능 등 쌀농사의 경제외적가치는 약 22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렇게 중요한 우리의 쌀농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만의 원인인 햄버거와 콜라, 피자 등 서구화된 식생활을 버리고 쌀밥과 김치, 된장국으로 대표되는 한식 메뉴로 돌아와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의 건강과 두뇌개발을 위해서는 아침밥을 꼭 먹도록 살펴야겠으며 생일,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는 케이크보다 우리 떡을 애용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농업계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쌀이니 소비해 달라는 차원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당당한 상픔으로서 나설 수 있도록 품질을 향상시키고 마케팅 능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강원도산 쌀은 타도에 비하여 높은 가격을 받고 있으며 판매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타도의 저가미에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낙관만 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같은 볍씨라 하더라도 유전형질을 일부 변경시킨 뒤 강원도에서만 재배토록 함으로써 타도산과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며 슈퍼마켓 등에서 즉석도정을 실시함과 아울러 포장도 다양한 소포장과 함께 15㎏, 25㎏으로 차별화함으로써 단순 가격비교가 불가능하게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리고 친환경농업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믿을 수 있는 강원도 쌀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쌀로 인하여 걱정이 많은 요즈음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가 우리 쌀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상호<강원농협본부장 경제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