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5분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면서 "소환 조사는 정치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해당 의혹으로 고발되면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라며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 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이냐"며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며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며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며 "무리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13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두산건설, 네이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며 직접 수사에 돌입한 뒤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와 공익 법인 희망살림(현 주빌리은행)의 상임이사를 역임한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불러 후원금 지급 경위 등을 확인했다.
같은 해 12월 21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이 대표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하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은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역임하며 성남FC 후원금 유치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앞두고 과거 제3자뇌물죄 판례를 모두 검토·분석하며 이 대표 측과 치열한 공방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사에선 사건을 맡은 유민종 형사3부장이 참석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증거물을 제시하며 기업 후원금 배경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추궁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성남지청 정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 대표 지지자 600여명(경찰 추산)과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500여명(경찰 추산)이 몰려 맞불 집회를 벌였다.
지지자들은 성남지청 정문 좌·우측에 자리 잡아 '이재명 무죄'를 소리쳤고, 보수단체는 12차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편 인도에 모여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 대표가 성남지청 정문 앞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파란 풍선을 흔들며 "지켜줄게 이재명", "사랑해요 이재명"을 연신 외쳤다.
이들은 '소설 쓰는 검찰', '이재명을 지켜야 국민이 산다'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이 대표를 응원했다. 한편에선 '이재명이 피의자면 우리도 피의자다. 검찰은 우리 모두를 소환조사하라'는 대형 현수막도 펼쳐 들었다.
이 대표는 성남지청 정문 앞 도로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성남지청 본관 건물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까지 100여m 거리의 언덕길을 15분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한때 이 대표 주변으로 몰려든 지지자들, 취재진, 경찰이 엉키면서 40대 남성이 넘어지기도 했으나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지자는 검찰 청사 앞까지 이 지사를 따라 올라온 뒤 이 지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손뼉을 치며 "사랑한다", "힘내시라"고 응원했다.
이 대표 반대단체들은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는 현수막을 내건 뒤 "이재명을 구속 수사하라"고 외치며 맞불 집회를 벌였다.
찬반 단체 회원들은 이날 이 지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각자 자리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까지 양측 간 물리 충돌은 빚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질서 유지, 안전 관리를 위해 인력 900여명을 검찰 청사 주변에 배치했다.
검찰은 야당 대표인 이 대표를 가급적 한차례 소환조사로 마무리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날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