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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

美, 이란 무장 드론 격추하며 이스라엘 방어 지원…바이든 "안보공약 철통"

이란, 이스라엘 본토 전면 공격 …세계 안보 강타 확전 우려
이스라엘 당국자 "이란 미사일·드론 200여발의 99% 요격"
바이든, 주말 별장서 백악관 긴급 복귀…국가안보회의 소집

◇이란, 이스라엘에 심야 대규모 공세[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 영토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속보=이란이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을 향해 수십∼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전격 감행하자 미국은 사전에 지역에 준비해둔 전투기 등 군사력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방어를 지원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공격 직후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철통같다"며 "미국은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할 것이며, 이란의 이런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도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 공군기가 국경 밖에서 요격한 순항미사일 10기, 역시 국경 밖에서 요격된 드론 수십대 등을 모두 포함할 때 이란에서 발사된 물체의 수는 총 20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 일단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85대, 순항미사일이 36기, 지대지 미사일이 110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피해가 경미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전에 구축함 2척을 이스라엘 인근에 배치하는 등 역내 병력을 보강하며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왔다.

CBS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배치된 군 자산으로 드론을 격추할 준비가 된 상태였으며 전투기도 대기하고 있었다.

미국 국방 당국자는 CNN에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철통같은 공약에 따라 역내 미군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발사한 드론들을 계속해서 격추하고 있다"며 "우리 전력은 추가적인 방어 지원을 제공하고 역내에서 작전하는 미군을 보호할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군이 실전 배치한 무인기 '가자'[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델라웨어주 러호버스 해변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황을 보고받고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복귀, 즉각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이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연관된 선박을 나포했다"고 보도한 뒤에 이뤄졌다.

나포된 선박은 이스라엘 재벌이 소유한 조디액그룹의 계열사로 영국에 본사를 둔 조디액해운이 소유했으며 포르투갈 선적이다.

왓슨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란의 선박 나포를 강력히 규탄하고서 선원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왓슨 대변인은 이어 "국제법의 노골적인 위반이자 해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우리는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해 이란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급한 이스라엘의 방어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뒤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난 막 국가안보팀을 만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았다"며 "이란과 이란 대리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우리 공약은 철통같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바이든 대통령,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2024.4.13 [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의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한지 12일만이다. 이번 주말 심야 공습은 이란의 첫 전면적인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다.

AP통신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이라고 주목했다.

이란의 이번 보복은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른 것이다.

베냐민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고 재보복 방침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한 당국자는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전쟁내각에 이번 사태 대응을 결정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쟁내각은 매파인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드 국방부 장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온건파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 3인으로 구성된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스라엘 매체 Ynet에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이란의 첫 공격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호한 대응이 곧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오후(한국시간 15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안보리는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과 중동의 긴장 고조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소집된 같은 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을 소집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단결된 외교 대응"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재보복 논의하는 이스라엘 내각[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전까지만 해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을 선포한 뒤 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 빠르게 이스라엘을 독립국가로 인정했으며 이란 팔레비 왕조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웠다.

혁명 정부는 '오만한' 강대국에 맞서겠다며 미국에 등을 돌렸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도 단교했다.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으로 규정하며 미국이라는 '큰 사탄' 옆의 '작은 사탄'이라고 지칭했다.

그래도 양국 관계는 1980년대까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다.

1980년 이란과 이라크가 국경 지역인 샤트 알아랍 수로에 관한 영유권 문제로 8년간의 전쟁을 시작했을 때 이스라엘은 무기 등을 공급하며 이란을 배후에서 도왔다.

이는 이란을 통해 이라크를 견제하고 이란에서의 이스라엘 영향력을 재확립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후 이란이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 단체를 조직 및 지원해 역내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이스라엘이 안보의 '중대 위협'으로 여기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양국의 커다란 갈등 요인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수위 높은 재보복을 가하고 이란이 이를 다시 응징한다면 글로벌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복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최악 시나리오는 중동전쟁 확대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이번 사태를 두고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이 뒤따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중동 상황이 확전의 중대 기로에 놓인 가운데 보복의 악순환을 통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되면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칠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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