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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춘추칼럼]자치경찰제 성공은 경찰 의지에 달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현 경찰조직은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삼원화 체제다. 그런데 분리만 됐을 뿐 실질화하지는 못했다. 경찰법상 명시된 지휘·감독권을 경찰 스스로 행사하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자치경찰사무는 있지만, 자치경찰은 없다. 현 자치경찰제는 국민의 안전과 치안만족고 제고를 위해 반드시 재설계되어야 한다.”

지난 10월27일 제주도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전면시행을 촉구하는 정책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주장이다. 이날 전국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는 이재명 정부의 자치경찰제 실질화 이행을 강력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도 채택했다.

2006년부터 제주도를 대상으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한 지도 곧 10년이 된다. 2021년 7월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도 벌써 4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정착은 요원할 뿐더러 여전히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형 제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불균형적인 권한 배분, 많은 경찰관들의 제도 운영 의지와 역량 등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자치경찰제란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케 하는 제도다. 이론적으로 볼 때,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맞춤형 그리고 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짐으로써 친근한 경찰상이 확립되고 지역 치안에 대한 주민만족도가 향상된다. 또한 자치단체의 종합행정성이 제고되고, 치안역량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에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순기능이 있다.

그렇다면 자치경찰제가 실시된 지 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그 기대가 어느 정도 충족되었을까. 자치경찰제의 실시가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서울시 등 여러 곳의 자치경찰위가 추진한 어린이 안전 지킴이, 시니어 방범대, 반려견 순찰대 등 지역 주민이 치안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모델이 전국에 확산됨으로써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기간 자치경찰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온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 2022년 10월의 이태원 사고와 2023년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고, 같은 해 4월 국민의 가슴을 시리게 한 배승아양 음주운전 사망 사고 등을 통해 국민들은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에 발생한 각종 안전·재난 관련 사고들에서 경찰의 달라진 모습을 피부로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각 지역의 재난사고에 책임이 모두 경찰에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가 본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되는 동시에 지방행정, 소방행정, 교육청 등의 관련 부처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만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구조 및 사후복구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자치경찰제에 대한 개혁의 에너지가 충만한 지금, 이 개혁을 또 미루면 권력의 충견이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한 채 경찰은 국민의 품속에서 자리 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경찰들도 자치경찰제를 통해 권력의 족쇄에서 벗어나 지역 안전과 치안 수요에 적극 부응하는 새 경찰상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회복해 가야 한다. 자치경찰제의 성공은 전적으로 경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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