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소양호에서 발생한 대규모 붕어 집단 폐사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저층 빈산소 현상과 산란기 면역력 저하에 따른 세균 감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어민들은 “사태의 본질을 축소하고 관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결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인 규명 결과가 공개됐지만 책임 소재와 피해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부 “산소·세균감염 복합작용”=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 결과 소양호 붕어류 폐사의 원인을 저층 산소 부족, 산란기 스트레스, 세균 감염 등이 맞물린 복합 요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소양호 일부 저층에서는 용존산소 농도가 2㎎/L 이하인 빈산소 상태가 확인됐다. 최근 3년간 높은 수위 유지와 봄철 고수온, 강수량 감소로 성층현상이 심화되면서 저층 산소 환경이 악화되고 산란기를 맞은 떡붕어 성체가 면역력 저하 상태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에로모나스균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황화수소는 수층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퇴적층 공극수에서만 미량 확인됐다. 중금속과 농약 등 외부 오염물질 역시 기준치 이내로 나타나 직접적인 독성물질 유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소양호 상류 고랭지밭 경작구조 개선, 가축분뇨와 생활하수 관리 강화, 유기물 퇴적지 정비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물순환장치 운영 확대, 저층 수질 모니터링 강화, 어가 지원사업 확대와 산란지 조성 등을 통해 어업 활동 재개를 지원할 방침이다.
■황화수소·조사 신뢰도 쟁점=그러나 정부 결론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핵심 쟁점은 황화수소의 영향 여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황화수소가 수층에서는 검출되지 않았고 퇴적층 공극수에서만 소량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붕어류의 생활 특성을 고려할 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소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어민들은 퇴적층에서 발생한 황화수소를 폐사의 결정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바닥층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붕어류가 퇴적층 독성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단순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어민들은 폐사 사실이 알려진 뒤 수자원공사가 이례적으로 수위를 낮췄으며 국립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는 폐사 발생 한 달여가 지난 5월2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복합 원인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어민들은 독성 환경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어 동일한 조사 결과를 두고도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어업 피해보상 갈등 확산=어민들은 정부가 내놓은 재발 방지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도 소양호 일부 지역에서 가스와 황화수소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선택적 준설과 물순환장치 운영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농도 유기물 퇴적층에 대한 전면 준설과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피해 보상 문제다. 이번 사태로 49개 어가가 조업 중단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는 직접 보상 대신 기존 지원사업 확대와 기반시설 지원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폐사 규모를 둘러싼 인식 차도 존재한다. 정부는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춘 반면 어민들은 폐사량과 피해 범위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민들은 “실제 폐사체는 양구대교에서 38대교 상류 구간까지 광범위하게 발견됐지만 정부 발표는 특정 지역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