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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방댐 공사로 인제 청정계곡 쑥대밭

르포-원대리 물안골 현장을 가다

1.6㎞ 구간 바위 뽑히고 나무 잘려

주민 “수해 한번 없던 계곡 훼손”

“강우량 등 고려해 사업 선정”

국유림관리소 주중 설명회 밝혀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숲 인근 청정계곡이 주민들도 모르게 착공된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6일 오전 인제읍 원대리 물안골 계곡.

중장비가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탈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계곡을 가로질러 서 있는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계곡은 상부 길이 27.5m, 높이 5m 규모의 사방댐을 설치하기 위해 파헤쳐져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사방댐 위로는 중장비가 들어가기 위한 길을 내면서 참나무, 소나무 등 계곡에서 자라던 나무들이 송두리째 뽑히거나 잘려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또 커다란 바위들마저 뽑혀 계곡 중앙에 쌓여 있거나 기슭을 쌓기 위한 자갈로 부서져 있었으며 중장비가 헤집고 다닌 계곡 일부 구간은 거대한 배수로처럼 변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청정계곡이 이렇게 변한 것은 인제국유림관리소가 5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사방댐 공사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집중호우에 따른 하류지역 농경지 및 가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계류(산골짜기에 흐르는 물)보전과 사방댐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문제는 이곳이 수해 한 번 나지 않은 곳인데다 청정계곡 1.6㎞ 이상이 중장비에 의해 파헤쳐지는 것을 인근의 자작나무 마을 주민들조차 한달동안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 흔한 설명회 조차 없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폭우가 쏟아져도 흙탕물 한번 내려오지 않고 2006년 인제 수해 때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청정계곡에 계곡과 숲을 훼손하면서까지 사방댐 공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남명 원대리장은 “마을 계곡을 훼손하면서 주민설명회조차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인제국유림관리소는 물안골에 대한 타당성조사 결과 지질 자체가 화강암이라 풍화와 유실에 취약하고, 평균 경사도가 25도 이상인 것으로 조사돼 강우량 등을 고려해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시공사가 선정된 뒤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본의 아니게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인제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현재 공사를 중단한 상태”라며 “이번 주중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어 사업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인제=권원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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