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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기업 상호
해외에서 발음될 때
국내와 똑같이 불려야


한자에서 이름 명(名) 자는 저녁 석(夕)에 입 구(口)를 합친 자이다. 해가 저물고 어두울 때 상대편을 부르거나 자신을 알릴 필요에서 이름이 생겨났다는 내용이다. 어둠 속에서 자기를 밝히는 등불이 이름인 셈이다. 이름을 놓고 성명 철학까지 펴놓는 것은 좀 지나치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러한 이름(名)과 실제(實)의 문제는 아주 오래된 논쟁이다. 고대 중국의 논리 체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순자는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에 바탕을 둔 `명실론(名實論)'을 폈다. 그는 지(知)와 지(智)를 구분하고, 전자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앎의 능력을 지칭하는 데 썼고, 후자는 사람이 안 것과 실제 대상이 들어맞았을 때 쓰는 용어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에 따르면 인식 대상을 구분하면서 생기는 것이 이름(名)인데 이는 약속이다.

서양에서도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처음에 사물에 이름을 붙여 준 사람들은 사물의 속성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던 입법관들이었다. 예를 들어 오레스테스(Orestes)란 이름은 산 중의 사람, 혹은 산(山)사람이란 뜻인데, 처음에 오레스테스에게 이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그의 속성이나 성품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던 입법관이자 예언가였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에서 “이름이 곧 사람이다”라는 극단적인 언어와 사물의 일치를 주장하는 크라틸루스의 언어관을 옹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인 김춘수는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표현해 인간이 이름을 불러야 그것은 존재한다고 했다.

이렇게 이름은 존재를 나타내는 중요한 명칭이다. 얼마 전 국내의 K-Pop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너무도 유명해지자 외국에서 이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을 자주 받고 난처한 입장에 처한 적이 있었다. 세계를 향한 K-Pop이라면 세계인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을 붙여야지 서울의 한 지역인 강남이라는 명칭을 외국에서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국내의 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기업이란 오늘날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이름은 세계 곳곳에서 불리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의 명칭은 가관이다. 삼숭, 휸다이, 다이오오. 매우 해괴하게 들리는 이 말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현대, 대우의 외국에서 발음이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하이타이라는 용어를 듣고 세제용품인 하이타이(Hiti)로 이해했는데 알고 보니 해태의 발음으로 판명돼 쓴웃음을 지은 적도 있다. 이는 국내 차원의 이해나 명칭만 염두에 뒀지 넓은 해외에서의 명칭은 신경 쓰지 않은 결과이다. 우리 기업의 명칭이 외국과 국내에서 같게 발음되는 기업은 `포스코(POSCO)'와 `기아(KIA)' 등 극소수다. 이러한 면에서 일본의 토요타는 일본에서 토요타이고 해외에서도 토요타로 불리며, 니콘, 후지, 미쓰비시, 소니, 야마하 등 모든 일본 기업의 발음은 국내와 국외에서 똑같다. 해외에서 이러한 기업들이 국내와 똑같이 불릴 때 일본인들의 자긍심은 얼마나 높을까?

지금 세계의 경제 및 문화의 선두를 달리는 현실에서 국내의 상호들이 국외에서도 그대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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