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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청봉]속초 제한급수 반면교사

박기용 양양주재 부국장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겨울, 속초시 주민들은 28일간이나 먹는 물 공급 제한에 따른 고통을 겪었다. 또 속초시가 식수난 해소를 위한 중장기 대책 등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고성 원암저수지 물을 상수원수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고성군민의 반발을 불러왔다.

원암저수지 물 100만톤을 상수원수로 사용하겠다는 속초시의 주장에 고성군은 향후 군민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 주장을 한다면 물 공급에 대한 어떤 협의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속초시장이 “식수난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던 중 조금 앞서 가는 일이 있어 고성 주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반성한다”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속초시의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은 급속한 개발 붐 속에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 견해다. 주민들이 난개발을 제한하는 조례 제정에 나서는 등 이번 제한급수로 벌어진 심각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남대천을 취수원으로 하는 양양군 주민들도 이번 가뭄을 계기로 장래 물 부족 사태 방지를 위한 양양군 대책을 걱정하고 있다. 양양지역도 속초와 마찬가지로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후 전례없는 개발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양양군에 따르면 올해 입주 공동주택을 비롯해 총 2,000여세대 공동주택 신축이 진행 중이다. 최근 양양읍권을 중심으로 1,200여 세대 규모 공동주택 신축을 심의 중이며 양양군과 민간이 조성하는 전원주택 1,000여세대 등 향후 줄잡아 4,200여세대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양양군 역시 개발 붐에 힘입어 인구 10만명을 목표로 도시계획을 구상하고 있지만 현재 정수시설로는 어림없는 상태다. 현재 양양군은 취수정 3기를 통해 하루 2만1,000㎥의 생활용수를 취수해 평일 1만8,000톤의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다. 정수능력은 하루 2만8,000여톤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지만 여름 성수기인 8월 초 정수능력을 상회하는 소비로 급수 담당자를 긴장시키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

양양지역도 현재의 시설로는 먹는 물 공급에 있어 결코 안전 지대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다행히 양양군이 올해 취수정 1기를 추가 개발해 2만7,500㎥까지 취수능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지방상수도 블록화시스템 구축과 유량계 설치, 정보화데이터시스템을 구축해 누수율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조금은 위안이지만 인구 10만 목표에 대비한 물관리 대책은 여전히 빈약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마다 지역 발전을 외치고 있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인구를 유입하고 각종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속초시의 제한급수와 주민의 고통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도 양양군의 먹는 물 문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은 수십년간 만성적인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속초를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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