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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확실한 복안이 있습니까?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전 도 정무부지사

6·13 지방선거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거리의 건물 벽에는 가장 잘생긴 사진으로 폼 잡고 있는 사람의 플래카드가 나붙기 시작했다. 후보로 확정된 사람이든 아직 예비후보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든 속이 탈 것이다.

그 속이 어떤지 나는 안다. 해 봐서 안다. 아는 이는 알지만, 나는 춘천시장, 국회의원, 그리고 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가슴이 아플 정도로 속이 타들어 가는 과정을 겪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본인이 겪는 심정을 결코 알지 못한다. 옆에서 보는 것과 당사자의 심정은 전혀 다르다. 코치하는 사람은 쉽게 말한다. “아무개를 찾아뵙고 지원을 요청하라”고. 말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난생처음 낯선 이를 찾아 나선다는 것 자체가 보통 쑥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상대가 반갑게 맞아 힘을 보태주면 좋지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찮아하면 얼굴이 뻣뻣해진다.

오늘 아침도 길거리에 나서면 자기 이름과 홍보문구를 적은 광고판을 목에 걸고 '샌드위치맨'으로 서 있는 '낯 두꺼운' 사람을 발견할 것이다. 지나가는 차량과 행인을 향해 연신 굽실거리며 인사할 것이다.

그걸 보는 이는 당사자가 용감하고 낯 두껍게 '그 짓'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당사자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다. 처음 도전한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이렇게 해야 하는 건지 회의감도 든다.

또 있다. 사람을 만나 명함을 들이밀며 “잘 부탁한다”고 할 때 명함을 받지 않고 회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받자마자 눈앞에서 길바닥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땐 눈물이 난다. 맥이 탁 풀린다. 제발이지, 지나치다 '후보'가 길거리에서 허리 굽혀 인사를 하거나 명함을 주면 격려해주자. 찍을 땐 딴 사람을 찍을망정 손을 흔들어주고 “힘내라”고 말해주자.

어쨌거나, 이 어려운 때에 지역을 잘 살게 하겠다고 나선 고마운 사람이니 말이다.

자, 그건 그렇고 출마를 한 사람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두 가지만 물어보자. 첫째는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애절한 마음이 있어 출마한 것이냐는 물음이다. 지역이 낙후되는 게 그토록 속이 상해 내가 나서서 진정으로 봉사하겠다는 절실한 마음인지, '가문의 영광'과 '출세'를 위해서인지 돌아봐야 한다. 후자라면 그만두는 게 낫다. 둘째는 지역을 발전시킬 비전과 청사진, 확실한 복안이 구체적으로 있느냐는 것이다. 행복이 강물처럼 흐르는 지역을 만들겠다든가, 세계적인 테마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든가, 4차 산업혁명의 허브를 만들겠다든가,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안 된다. 구체적이고 탁월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누가 봐도 괜찮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선되고 나면 주위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잘 수렴해 하겠다면 지금 당장 출마를 접는 게 낫겠다. 기대할 게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유권자들은 학연, 지연, 혈연을 완전히 벗어나 누가 과연 제대로 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 출마자를 연구하고 탐구해 선출해야 한다. 앞으로 4년을 허송세월하면 솔직히 강원도의 앞날은 암울하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드디어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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