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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정에서 만난 세상]누군가 나에게 소송을 걸면

현경훈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판사

일생을 살면서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나가는 일이 그리 흔치는 않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원고가 돼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는 나름의 각오와 결심 끝에 법정에 선 것이기에 마음의 준비가 돼 있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금전을 청구하는 소장을 보내온다면 이보다 당황스럽고 신경 쓰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당연하겠지만 원고의 청구가 전부 타당한 것이라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돈을 지급하는 것이 시간적·금전적 지출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원고의 청구가 터무니없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내가 피고가 돼 소장을 받았다면 먼저 소장의 내용을 읽고 한 달 이내에 이를 반박하는 답변서를 써서 제출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했다가는 아무리 원고의 청구가 터무니없더라도 피고가 이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원고의 주소지인 머나먼 지방의 법원에서 원고의 소장과 함께 기일에 출석하라는 명령이 날아오면 꼭 출석해야 할까? 민사소송법은 제8조에서 재산권에 관한 소는 의무이행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여금이나 물품대금 청구 같은 대부분의 소송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주소지가 아닌 본인의 주소지에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피고가 정해진 기일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직장에 휴가도 내야하고, 몇 시간씩 기차 또는 버스를 타고 원고 주소지의 법원에 출석해야 하므로 시간적·금전적 지출이 크겠지만 즉석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법정에 출석해 진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석이 정말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라면 일정 범위의 친족을 소송대리인으로 허가해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하고 소송대리인이 출석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판결이 선고됐는데 원고가 나에게 아무런 근거 없는 소송을 한 것으로 밝혀져서 원고가 패소한다면 나의 그동안의 고생과 지출을 보상받을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에게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남소를 방지하고자 한다. 상대방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면 법원에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을 신청, 법에 의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소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보전받을 수는 없지만 당사자가 기일에 출석했다면 일일 5만원 정도의 기일출석비용, 철도, 선박, 항공, 자동차 등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교통수단의 운임비용, 변호사를 선임했거나 법무사에게 서면의 작성을 의뢰한 경우에는 법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의 변호사 또는 법무사 보수 등이 대표적으로 인정되는 소송비용이다.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이 내려졌는데도 패소한 당사자가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부동산이나 예금 압류 등의 강제집행을 통해 이를 지급받을 수 있다. 부득이하게 송사에 휘말린 경우라면 적절한 대응을 한 후 원인을 제공한 상대방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 향후 상대방이 다시 부당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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