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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지폐속 母子 살았던 강릉을 `화폐도시'로”

우승룡 강원일보 영동총지사장

이율곡·신사임당

관광자원화 필요

박물관 유치 추진

강릉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안목해변의 커피'라는 것을 이미 많은 이가 알고 있다. 이제는 서울 출장길에도 강릉의 유명 커피브랜드를 콕 집어 사오라고 할 정도로 강릉의 트렌드가 됐다. 관광객은 어김없이 관광 일정에 유명 커피숍 방문을 넣는다. 이에 따라 커피거리와 박물관이 몇개 생기고 커피나무를 사무실이나 집에서 기르는 새 풍속도 생겼다.

2000년도 이전 강릉은 경포대, 오죽헌, 경포해수욕장, 주문진, 정동진 등 자연자원을 활용한 관광도시로 유명세를 탔었다. 세월이 변하듯 관광 트렌드도 한순간에 바뀐다. 누가 강릉이 커피도시가 될 줄 상상이나 했던가? 커피축제도 매년 성대하게 열린다. KTX를 타고 오면서 상상했던 강릉의 바다와 어우러진 커피 맛을 어찌 잊으랴. 커피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에는 동계올림픽의 영향도 컸으리라. 강릉을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알렸으니.

그러나 강릉에는 또 하나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 바로 '화폐도시'로의 가능성이다. 커피도시는 민간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면 화폐도시는 강릉시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에서 현재 통용되는 지폐는 1,000원, 5,000원, 1만원, 5만원 4종이 발행된다. 이 중 5,000원권은 율곡이이, 5만원권은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의 모습이 담겼다. 지구상에 모자(母子)가 지폐에 등장하는 경우는 없다. 강릉이라는 작은 도시는 화폐 주인공을 두명이나 배출했다. 이를 관광자원화하지 못하면 안 된다.

이들이 살았던 오죽헌 경내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 있다. 누구나 오죽헌 경내에 서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고 한다. 외국인일수록 굉장히 부러워하며 '원더풀'을 외친다. 강릉에 오면 사업이 번창하고 돈을 번다는 주제로 스토리텔링하면 좋을 듯싶다. 시가지나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에는 어김없이 5만원·5,000원권 대형 캐릭터를 세워 관광객들이 사진도 찍고 추억도 만들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자. 경기가 어려울수록 강릉에 와 5만원·5,000원 캐릭터 앞에서 희망을 품게 하자.

또 강릉지역 유명 식당부터라도 5만원·5,000원권이 그려진 돈방석에 앉아서 식사를 하게 하면 어떨까. 음식 맛도 몇배는 좋아지지 않을까. 식탁에도 흰 종이보다 지폐가 인쇄된 종이를 깔아 화폐도시를 인식시키면서 “강릉에 다녀오면 사업도 잘 되고 건강도 좋아져 진짜 돈방석에 앉게 되더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더 많은 관광객이 강릉으로 몰려올 것이다.

지난 6월23일 강릉이 고향인 신사임당과 그가 그린 초충도가 새겨진 5만원권이 발행된 지 꼭 10년이 됐다. 강릉에서는 10주년 기념 이색음악회도 열렸지만 이를 계기로 강릉을 화폐도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5만원·5,000원권 인물의 고향 강릉이 적지다. 강릉이 화폐도시가 될 경우 관광 시너지 효과도 생기고 강릉이 유명한 인물 배출지라는 인식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화폐박물관도 오죽헌 일대로 유치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행 본점에 유일하게 있는 화폐박물관을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이 오는 강릉에 유치 할 경우 화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은 본점에 화폐박물관을 비롯, 전국 11개 지역본부에 화폐전시실을 운영 중이다. 강릉 지역본부에도 700여점의 화폐가 전시돼 있지만 시중은행이 아니어서 민간인들의 입장이 쉽지 않다.

이 기회에 강릉본부에 전시돼 있는 화폐만이라도 오죽헌 일대로 옮겨 전시할 수 있도록 해야 이율곡 선생과 신사임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화폐도시 강릉. 누구나 강릉에 오면 돈이 모이고 돈을 번다는 신화를 창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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