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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조울증을 앓던 환자가 정신과 의사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초 경남 진주시에서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방화한 후 불을 피해 급히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이 평소에도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 가족이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었다는 사실이 기사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렸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에서는 공범 중 한 명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이유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주장했다(재판부에서 그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이처럼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했고, 형을 감경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서 `정신질환자는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므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인정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오랫동안 사회에서 격리돼야 한다'는 입장이 많은 지지를 얻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 형사재판 절차에서 정신질환을 다루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먼저 어떤 종류 혹은 어떤 정도의 정신질환이 있어야 심신미약으로 볼 수 있을지, 그러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의 일관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신질환을 앓는 피고인에게 되도록 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고려할 부분이 많다. 복역 기간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복역 중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형 집행을 마칠 때쯤 오히려 정신질환이 나빠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장기간 격리하기보다는 격리된 기간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함으로써 재범의 위험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전자인 진단 기준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형사재판 절차에서 정신의학 등 전문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후자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해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피고인에게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그 외 형의 선고를 유예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치료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두는 등 입법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정신질환의 진단,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위한 시설이나 인력 등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실제로 법원에서 여성인 피고인에 대한 정신질환 진단을 여러 병원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치료감호의 판결이 선고돼 시설에 수용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예도 있다.

결국 형사 절차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를 다루는 문제는 앞으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의 자극적이고 비극적인 측면만이 부풀려져 정신질환자 일반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이 조장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제도가 공허한 껍데기가 되지 않도록 시설, 인력, 예산을 충원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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