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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원포럼]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믿습니다

민병희 도교육감

수험생 여러분. 시간이 참 빠르지요? 우리나라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열아홉은 누구나 힘들지요.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가는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데, 시간은 자꾸만 등을 떠미는 것만 같습니다. 아마도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 아닐까요?

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 길에 놓인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하루 종일 200여 문항과 씨름하겠지요. 하지만 12년 동안의 공부를 하루 만에 평가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수능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생각도 버리기를 부탁합니다. 사실 삶의 어떠한 장면에서도 한순간이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삶은 늘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고, 그 속에서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여러분의 몫인 것이지요. 한상복 작가의 '재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란다. 우리는 남한테 이기거나 지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각자의 몫만큼 재미있게 살려고 온 것이지.”

막연한 미래를 사는 삶은 오늘을 즐기지 못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누구나 세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게 된다는데, 대입 결과 또한 사실 일생 전부를 흔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만 여러분의 꿈과 노력을 믿으십시오. 여러분이 흘린 땀은 언젠가 또 다른 삶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때 진득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힘든 수험생활을 통해 여러분이 배워야 할 것은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힘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여러분은 합격 또는 불합격의 결과를 받아들겠지요. 하지만 결코 어떤 열아홉에게도 실패한 인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하십시오. 잠시 뒤를 돌아 걸어온 길을 바라보십시오. 참 열심히 걸었지요? 평탄하지만은 않은 굽이진 길,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에서 때로는 넘어지기도, 친구들 손 붙잡고 다시 일어서기도 했던 그 길을 잊지 마십시오.

하버드대 371년 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이었던 드루 길핀 파우스트는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 현실에 적용하자면 '교육은 사람을 판·검사, 의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판·검사, 의사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학교생활기록부 십 수장이 여러분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내신이나 수능 등급이 여러분을 나눌 수 없습니다. 교육은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학교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사람이 됐다면 여러분은 모두 '합격'입니다. 흔히 말하는 '수능대박'이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 혹은 노력에 상관없이 우연하게 좋은 결과만을 얻으면 그만이라는 세태를 반영한 것만 같습니다. 교육이 요행을 가르쳐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다만 여러분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떨지 마십시오. 공부한 만큼의 성취를 얻어내십시오.

여러분, 이제 기나긴 수험생활의 끝이 보입니다. 계절이 지나고 다시 따뜻한 봄이 오면 모두들 자신이 꿈꾸던 미래에 닿아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저마다의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가슴 뛰는 열정을 지닌 청춘이라는 것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지금까지 잘해 왔습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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