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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재산명시제도의 필요성

김지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판사

민사, 형사, 가사를 막론하고 평생 법원에 방문할 일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법률 문제를 마주치기도 합니다. 내가 받을 돈이 있는데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거나 돈을 갚지 않는 경우 우리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법정에 증거를 제출하며 받을 돈이 있음을 주장해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승소 판결까지 받았음에도 상대방이 돈을 갚아주지 않고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고 싶어도 재산을 알 수 없다면? 이때 재산명시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재산명시제도는 채권자가 법원에 채무자의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해 달라는 신청을 하고, 법원이 요건을 심사한 후 채무자에게 재산명시명령을 하면 채무자가 법원에 출석해 재산목록을 적어내는 제도입니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적어낸 재산목록을 보고 강제집행하게 됩니다. 법원은 채무자로부터 진실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겠다는 선서를 받습니다. 채무자가 거짓으로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재산명시명령에 불응하면 경우에 따라 20일 이내의 기간 동안 채무자를 가둬 두는 감치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 명령은 채무자에게 엄중한 의미를 갖습니다.

재산명시명령을 받기 위해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금전채권, 즉 돈을 갚으라는 채권에 관해 확정된 판결, 지급명령 등의 집행권원과 집행문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금전채권에 관해 확정된 집행권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내가 임대해 준 주택이나 상가를 비워 달라는 소송,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등에서 승소했더라도 그 확정 판결을 가지고 임차인이나 등기명의를 가진 사람에게 재산명시명령을 내려 달라는 신청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없어야 합니다. 재산명시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채무자에게 실제로 전달돼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채권자는 법원의 보정명령을 받아 채무자의 주소도 찾아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채무자의 입장에서 재산명시명령을 받았다면 불복할 방법이 있을까요? 판결 등에서 주라고 명한 돈을 이미 갚았다든가 내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서 재산명시명령에 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들이 많이 주장하고 법원에서 주로 받아들여지는 이의사유는 돈을 이미 갚았다는 것인데, 영수증이나 계좌거래내역과 같은 확실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소환받은 재산명시기일 이전에 재산명시명령에 대해 어떤 사유로 이의하고 싶다는 취지의 이의신청서를 미리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채권자와 법정 외에서 미리 연락해 갚을 돈을 갚고 재산명시명령 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한 달에 한 번 재산명시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100여 건의 사건이 진행됩니다. 소환됐음에도 불출석하는 채무자들의 사건을 합하면 사건 수는 더 많아집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법률관계만을 맺고, 법률관계를 맺을 당시부터 나와 상대방의 의무와 권리를 명확하게 문서화해 각자 서명해 나눠 가지며, 주고받은 돈에 대해 증빙자료를 확인하고 보관하는 주의를 기울인다면 고통스러운 법정 분쟁이나 재산명시제도와 같은 강제집행 절차를 피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지 않을까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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