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1일 춘천, 홍천, 철원에서부터 5일 원주, 6일 강릉, 9일 고성, 양양지역까지 순차적으로 농업용수 공급을 시작했다. 예년 같으면 농업용 저수지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농업인, 지자체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통수식을 통해 영농 급수의 시작을 알렸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식 행사 없이 물을 보내야 했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강원지역 농업용 저수지는 78개소로 총 저수량은 1억2,400만톤이며 4월1일 기준 저수량은 1억1,800만톤이다. 예년 평균보다 108% 많은 양으로 금년 봄 못자리와 모내기에는 어려움이 없는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철 영농급수 전 전체 수로를 세심하게 점검해 흙이나 쓰레기를 치우고 부서진 곳을 보수해야 한다. 또 첫 물을 내리면서 막힌 곳은 뚫고 새는 곳은 보수해 논까지 도달하도록 물길을 터줘야 한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수로는 상수도 공급을 위한 관수로보다 공급여건이 좋지 않다. 흙수로가 41%나 되고 나머지 구조물화된 수로도 바닥의 경사 또는 수위 차이로 중력에 의해 흘러가는 하천과 같은 수로가 대부분이다. 상수도관에는 집집마다 계량기가 있어 사용량을 계측할 수 있지만 농업용 수로에는 계측기 설치와 관리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현실적이지 못하다. 최근 들어서야 농업용 수로도 필요한 양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관수로를 설치하고 있으나 이미 설치된 수로에는 비용 문제로 한 번에 관수로화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저수지, 양수장 또는 하천 보와 같은 수원시설에서 수로를 통해 논까지 물을 보내는 데 길게는 수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는 데다 수로가 실핏줄 같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농업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강원도 논들은 산간 계곡에 소규모로 산재돼 있고 수로의 경사도 급하다. 논 1만4,276㏊에 연간 약 2억2,100만톤이 공급되는데 이는 평야가 많은 서남해안의 다른 도에 비해 약 50% 이상 더 많은 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생활·공업·농업용수 이용량 244억원 중 농업용수는 154억원으로 63%를 차지해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적기에 적량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의 실시간 정보 공유와 협조가 절실하다. 통수식은 농업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통합물관리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로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하지만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 이렇게나마 영농급수의 시작을 알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