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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he 초점]‘고교학점제' 도입해 학생들 가슴을 설레게 하자

신경호 전 춘천교육장

교과교실제 연장선

이합집산 기반 필요

전세계 통합 구상도

처음 가 보는 길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길을 가야 할 집단이 변화와 적응이 느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수록 셀렘보다는 두려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눈앞에 둔 강원교육이 꼭 그런 상황이다.

사실 ‘고교학점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 시작된 ‘교과교실제'부터 예고된 교육계의 대전환이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이 수업시간마다 교과 전용교실로 이동하는 ‘교과교실제'가 ‘하드웨어'라면,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기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폭을 넓혀주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따라서 지난 10년 동안 ‘교과교실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됐다면, 지금 ‘고교학점제'에 대한 막막함도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예고했을 때부터 교육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강원도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비해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거시적인 대안 마련보다 일선 학교의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 왔고, 이것이 ‘고교학점제'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제 강원교육에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강원도 전체가 하나의 고교 캠퍼스가 돼 학생들을 ‘이합집산(離合集散)', 즉 교육의 이로움을 찾아 모이고 흩어지게 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의 학생들은 대학교와 전문교육시설, 인근 학교 등에서 학교 밖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찾아가도록 흩트리고, 교사 수급과 과목 개설에 어려움이 있는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은 권역별로 ‘공동교육과정(학교 밖 배움)의 날'을 운영해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도교육청이 컨트롤타워가 돼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교육청이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학교는 상담을 바탕으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학생에게 안내하고 수업만 충실하게 하면 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국과 전 세계를 하나의 캠퍼스로 만드는 원대한 구상도 필요하다. 전국 17개 교육청이 연계해 17개의 전문·특색 캠퍼스를 운영하고 학생들을 교환하여 이수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강원도 자산을 활용해 평화·생태교육을 특화해 타 시·도의 학생들을 받고, 강원 학생들은 우리에게 부족한 IT나 산업 분야의 인프라를 갖춘 타 시·도의 캠퍼스로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비대면 수업으로 온라인 교육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전 세계 전문가들이 개설한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게 하고 이를 오프라인과 연계할 수도 있다.

‘고교학점제'는 어차피 가야만 하는 길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막막하다고 걱정만 하면 우리 강원도 학생들만 손해일 뿐이다.

강원도를 하나의 거대한 고교 캠퍼스로 만드는 현실적 대안으로 학생들이 꿈을 찾아 모이고 흩어지게 하자. 학생들의 꿈이 강원도 밖으로 뻗어 나가는 더 원대한 구상으로 전국 단위 연계 캠퍼스, 전 세계 범위의 캠퍼스를 마련해 주자. 현실적 대안이라는 나침반과 원대한 구상이라는 지도를 들고 학생들이 처음 가 보는 ‘고교학점제'라는 길 앞에서 가슴 설레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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