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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회로선 반대로 연결된 채 1년을 달린 강릉선 KTX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우리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강릉선 KTX가 개통 1년 가까이 오류투성이의 선로 위를 달렸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 현장의 선로전환기 표시회로선은 지난해 9월 시공 때부터 반대로 연결, 같은 해 12월22일 개통 이후 1년 가까이 사용됐다. 안전불감증도 이런 안전불감증이 없다.

개통 전 오류를 검증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연동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코레일로 관리가 이관된 이후에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표시회로선이 잘못된 채로 올 2월 세계적인 이벤트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고 이후에도 매월 수십만명의 강릉시민 등 수송객을 실어 날랐다는 점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형 참사는 안전불감증을 먹고 자란다. 우리는 그동안 부실한 사회 구조와 공사 단축에 매달린 나머지 외부 충격이 없음에도 스스로 무너지는 참사를 여러 차례 겪어 왔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신행주대교 붕괴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까지 목도하면서 그때마다 우리 사회의 부실 구조를 뜯어고치고 안전불감증을 털어버리자며 다짐했다. 당국은 '만반의 대책'을 장담했지만 아직껏 부분적인 개선에 그쳤을 뿐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대로 안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사고 못지않게 무섭고 두려운 것은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안전불감증에 중독돼 있다는 사실이다. 강릉선 KTX는 '선로전환기 표시회로선이 설계 때부터 오류이고, 강릉선 전 구간에 걸쳐 이 같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책은 혹독하게 따지고 책임은 무겁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탈선 사고의 본질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분석과 냉정한 논리로써 하나하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강릉선 KTX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공기(工期)에 쫓겨 온 게 사실이다. 개통에 앞서 충분한 여유를 갖고 여러 번 시험 운행하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적응력을 키워야 하나 그러한 과정이 거의 생략되다시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졸속'으로 인한 예고된 사고였던 셈이다. 기술적인 하자도 규명해 내야 하지만 당국의 허술한 점검 절차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말로만 안전을 외칠 게 아니다. 하나하나 새로 점검하고 짚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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