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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화암동굴'

신경림 시인의 '민요기행(한길사 간)'에서 진면목을 감지했으니 정선에 가면 기꺼이 찾아봬야 할 사람이었다. 강원도문형문화재 제1호 정성아리랑 기능보유자 제1호, 김병하 선생이다. 군청에서 수소문하니 “동면 '화암약수'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1977년 국내 첫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곳, 화암국민관광지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화암(畵岩)'이라는 표현이 더 솔깃했음은 물론이다. 김병하 선생 취재였는데, 그의 안내를 받아 화암팔경까지 둘러본 횡재다. 그중 백미는 화암동굴, 한여름이었기에 그 속의 서늘함이 기특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게.” 예의 후렴구부터 읊은 김병하 선생의 소리는 1경 화암약수를 지나 2경으로 이렇게 이어졌다. “화암에 종유굴은 천혜의 명소/ 광장의 석순은 볼수록 보기 좋구나.” ▼문화재청이 정선 '화암동굴'을 천연기념물 제557호로 지정했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된 것이니 그 가치가 한층 소중하다. 석순, 석주, 종유석, 곡석(曲石·사방으로 뒤틀려 발달하는 퇴적물), 석화(石花·꽃 모양 퇴적물) 등이 신기할 따름이다. “특히 미공개 구간 석화는 국내 다른 석회동굴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모양과 색을 지녀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화암'이라니 '그림바위'가 아닌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되뇌게 된다. '국가론' 제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쇠사슬에 묶여 동굴에 갇힌 인간은 벽면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실체로 인식한다. 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나가 태양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니 이제껏 보아온 것은 그림자였음을 알게 된다. 동굴로 돌아가 태양에 의한 실체, 진실을 말했는데 되레 그곳에 있던 죄수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평생 그림자만을 보며 살아온 이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진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암동굴, 국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니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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