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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편추방제(陶片追放制)는 고대 그리스에서 국가에 해를 끼칠 위험한 인물의 이름을 전 시민이 도편에 기입하는 비밀투표제도다. 독재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가려내 추방하는 제도였다. 이름이 적힌 조각이 6,000개를 넘으면 추방 대상자로 지목됐다. 별명이 `공정한 사람'이었던 아테네의 정치인 아리스테이데스도 쫓아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정치적 맞수인 테미스토클레스가 있었다고 한다. 도편추방제가 정적을 제거하고 중우(衆愚)정치가 판치게 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와 반대하는 시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혼란의 직접적 원인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싼 갈등이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경제는 붕괴 상태다. 인플레이션과 기본적인 생필품 부족이 수백만의 베네수엘라 국민을 난민으로 내몰았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중남미 일대의 정치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우쭐해할 필요는 없다. 돌아보면 별반 다를 게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탄핵 발의를 비난하는 집회와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때는 여야 간 갈등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미디어법 강행 반대 투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투쟁 등의 집회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로 국민적 대혼란이 야기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조국 사태'로 촉발된 주말 집회가 광화문과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두 달째 열리고 있다. 갈등과 분열이 그칠 새가 없는 대한민국이다. 그 사이 국가의 경제·안보·외교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위기가 커져 가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찬반 집회가 정치적 무기였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국가적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는 국민적 분쟁과 혼돈으로 국력이 소모되지 않도록 해야 할 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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