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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인생과 닮았다. 지나온 과거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며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는 모든 순간이 현재이고 그 발자국들의 끝에 미래가 열린다. ▼우리 주변에는 길과 관련된 낱말이 많다. 시골길, 오솔길, 골목길, 가로수길, 기찻길, 강변길, 바닷길, 언덕길, 숲길, 논두렁길 등. 얼마나 익숙하고 정겨운 모습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가. 그런데 골목길은 재개발로, 가로수 길은 도로 확장으로, 논두렁길은 콘크리트 포장으로 변했다. 주변에서 옛길에 대한 추억을 반추하기조차 힘들어졌다. 이는 오로지 속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길이 개설되면서 국토는 여러 형태로 변모를 가져왔다. 충청, 강원도와 영남지방을 연결하는 백두대간 부근에는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많지만 낮은 것도 즐비하다. 백두대간을 지나는 고개 중 문경새재 632m, 죽령 689m, 계십령 630m, 그리고 추풍령은 200m에 지나지 않는다. 높고 낮은 봉우리를 걷기 좋은 가을이다. 김삿갓은 “하늘을 볼 수 없다”며 평생을 길에서 보내다 객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자동차를 타기보다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아무래도 삶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선뜻 믿어버리게 되는 것은 길이 지니는 은유적 속성 때문일 것이다. 인생에도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거나, 누구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거나, 지름길을 택했다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삶의 한 단면을 비유한 것이다. 길은 이렇게 상징성이 풍부한 콘텐츠다. ▼2019 고성 DMZ 평화통일 페스티벌 걷기대회가 지난 2일 고성지역 최대 석호이자 평화안보 관광지인 화진포 일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강원일보사가 주최하고 고성군과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1,000여명이 찾았다. 화진포 둘레길을 걸으며 올 4월 산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성군민을 위로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평화통일을 염원했다. 평화통일은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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