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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의 환절기다. 새 인물을 앞다퉈 영입하느라 바쁜 정치권의 모습이 입절일(入節日)의 옛 세시풍속 개화(改火)의식을 닮았다. 궁궐이나 내로라하던 집안이 입절일에 묵은 불을 새 불로 바꾸는 의식은 볼만했다고 한다. 불을 만드는 나무도 철마다 달랐다. 입춘에는 버드나무판에 느릅나무로, 입하엔 살구나무판에 대추나무로, 입추엔 싸리나무판에 가락나무로, 입동엔 박달나무판에 느티나무로…. 각 당이 내년 총선의 불을 어떤 인물로 지필지 궁금하다. ▼8일은 `겨울(冬)의 문턱에 들어선다(立)'는 입동(立冬)이다. 하지만 거리마다 소슬한 바람결에 낙엽이 흩어져 날리고 있다. 사색을 하며 걷기에 딱 좋은 때다. 숲길도 좋고 가로수 거리도 좋다. 걷다 보면 머릿속이 맑아지고 텅 빈 기분이 든다. 다소 춥기는 하지만 밤에 걷는 것도 또한 매력이다. 색감의 변화는 `조국 사태'로 두 달이 넘도록 뜨거웠던 머리를 식혀줄 것이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은 온갖 감정의 찌꺼기를 가라앉힌다. 단풍이 아름다운 올가을이 주는 작은 행복이다. ▼입동은 예부터 특별한 절일(節日)로 삼지는 않았지만 겨울철의 `반(半)양식'인 김장 등 겨울 채비와 관계가 있는 날이다. 각 가정에서는 입동을 전후해 김장을 준비한다. 이는 얼지 않은 재료로 김장을 해 김치의 맛을 최대로 살리기 위한 것이다. 김치는 2~7도에서 2~3주간 숙성시켰을 때 가장 제맛이 나고 영양가도 높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급등한 배춧값에 서민들의 김장도 걱정이다. ▼`치계미(雉鷄米)'는 마을에서 노인들을 모시고 선물과 음식을 마련해 잔치를 벌이는 풍속이다. 주로 입동, 동지, 섣달그믐날에 행해졌다. 먹고살기 힘든 이들은 치계미를 대신해 도랑탕 잔치를 마련했다. 입동 무렵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은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대접한 것을 말한다. 겨울이 닥치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진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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