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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트럼프, 필요하면 무력 사용', 북핵 중대 국면 맞나

북미 협상 좀처럼 진전 보이지 않고 있어

美 정찰기 2대 한반도 상공 띄워 대북 감시

정부, 이럴 때일수록 한미 공조 강화에 나서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가 있다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맺은 '한반도의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북미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3일 담화를 발표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면서 “연말 (북미 협상)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새로운 해법'을 들고 오라고 한 시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이날 E-8C 조인트 스타즈와 RC-135U 컴뱃 센트 등 최첨단 정찰기 2대를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띄워 놓고 대북 감시 활동을 벌였다.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 발사 동향을 집중 감시하는 것으로 최첨단 정찰기 2대가 동시 출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협상 분위기는커녕 북미 간 긴장만 고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아직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는 만큼 긴장 국면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북한과 미국은 유연한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상황에 따라선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먼저 이룬 뒤에 대북제재를 해제한다는 게 원칙이다.

만약 북한 핵 보유가 인정되면 남북한 사이에 심각한 안보 불균형이 생긴다. 북한은 핵무기를 기반으로 미국과 핵군축을 제기하면서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에 관한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내년 재선을 위한 외교 치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묵인하는 핵 동결 수준에서 북한과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직거래가 현실화되면 향후 비핵화 논의에서 '한국 패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우리가 소외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한미 공조 강화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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