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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기자회견'

미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평가받을수록 기자회견 횟수도 많았다.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년 재임)은 1,023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재임 34개월 동안 63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닉슨 대통령은 1년에 6번밖에 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개별 인터뷰나 TV프로그램 출연을 즐겼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처음 시작했다. 당시엔 '연두 기자회견'이라고 불렀다. 물론 각본이 있었다. 청와대는 '경제정책 포부' '새마을운동의 성과' '국내외 정세 전망' '공화당 운영 구상' 등 짜 맞춘 질문을 사전에 기자들에게 배당했다. 대통령은 준비한 대로 치적을 자랑하고 정권을 홍보하는 답변을 했다. 당시 대통령 신년사는 신문의 1면 톱기사였다. ▼'진짜 기자회견'을 보여준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6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처럼 '자유 질문' 형식을 도입했다.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앞다퉈 손을 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외에도 크고 작은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사안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참여정부의 대통령 기자회견 횟수는 150회가 넘었다. ▼소통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이 취임 이후 세 번째다. 취임 당시 약속과는 거리감이 있다. 기자들과 툭하면 삿대질하고 얼굴을 붉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월평균 2회에 가까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모두 공개할 정도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IMF 외환위기를 '국민과의 대화'를 소통 창구로 삼아 극복했다는 점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이 국민과 활발히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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