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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한미동맹의 내상(內傷)

“철통같은(Ironclad) 한미동맹.” “같이 갑시다.” 한미동맹을 주제로 한국과 미국의 군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를 강조하며 “빛 샐 틈 없는 공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마법 같은 이 말들은 '한미동맹은 으레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바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한미 양측이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줄다리기를 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비용 문제를 넘어 동맹의 '갑을'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연합훈련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해 50억 달러 가까이 한국에 요구했다. 당시 방한 중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금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2019년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실무협상이 진통 끝에 타결됐다는 소식이다. 잠정 합의된 주요 내용은 유효 기간을 5년으로 하되 분담금은 일정 부분 인상하는 방안이다. 인상 폭이 지난해의 10%+α 수준이라면 협상이 비교적 잘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한미 혈맹 70년사에 깊은 내상(內傷)을 남겼다. 양측이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 창설 후 처음으로 한국인 근로자를 '인질' 삼아 벼랑 끝 협상을 했다는 것 자체는 동맹의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 즉, 협상을 통해 돈 몇 푼을 더 챙겨 갈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국민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철통같은 한미동맹의 공고함에 대한 의심의 싹을 틔우면 '반미시위' 등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비 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고 했다. 한미동맹은 말 그대로 철통같아야 한다. 동맹관계가 흔들리면 중국,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기 때문이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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