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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자작극

56년 전 이맘때인 1964년 8월2일과 4일. 베트남 근해의 통킹만에서 미국 제7함대 두 척이 북베트남군의 어뢰공격을 받았다. 이에 미국 의회는 즉각 만장일치로 '통킹만 결의'를 의결하고 베트남전에 전면적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2005년 드러난 미국의 비밀문건에 따르면 8월4일 북베트남 어뢰정의 두 번째 선제공격은 없었다. 베트남전 참전을 위한 미국의 자작극이었던 것이다. 일명 '통킹만 사건'이다. ▼자작극임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면 도모한 자의 계략에 말려 국가와 국민이 고통 속에 빠진다. 세계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살아 있는 교훈이다. 지금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현상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료 근거에 따라 파악한 후 대응해야만 하는 이유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제국주의를 꿈꾸던 일본이 1875년 9월20일 조선 침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꾸민 '운요호 사건'이다. 당시 운요호 선원들이 물을 얻겠다는 명분으로 예고 없이 보트를 타고 강화도에 접근하자 조선군은 정당방위로 경고사격을 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공격당했다'며 무차별 함포사격을 가했다. 이후 조선은 개항을 요구하며 회담을 제안한 일본의 계략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이듬해 2월27일 굴욕적인 불평등조약, 즉 '강화도조약'에 서명하고 말았다. 일본은 조선 침략의 첫발을 그렇게 내디뎠다. ▼현대사회에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그 어떤 국가보다도 자작극에 예민해야 한다. 일촉즉발의 휴전선에서는 단 한 발의 총성도 오인사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전면전의 단초가 되지 않도록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러한 때에 한·미·북·일 간 가상의 미래를 다룬 '강철비2'가 최근 개봉 사흘 만에 관객 50만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속 소재로 사용된 자작극과 음모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남다르게 느껴야만 한다.

이무헌부장·trust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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