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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남자의 눈물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아니 일부러 눈물을 흘리고 싶은 때가 있다. 누가 정했는지 남자에게는 금기(禁忌)가 돼 버린 '눈물'을 이제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제는 중학생이 된 아들의 돌잔치에서 난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감사 인사는 아내의 몫이 됐고 난 한동안 친구들 술자리의 안줏거리가 돼야 했다. 막내아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울먹임이 방아쇠가 됐긴 했지만 그 당시 하릴없이 쏟아져 흘러내린 눈물은 나에게는 꽤나 멋진 경험이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터져 나온 갑작스러운 눈물은 이내 창피함으로 다가왔지만, 그 뒤로 왠지 모를 후련함도 함께 찾아왔다. 카타르시스(Catharsis). 그놈과의 첫 만남, 첫 경험이었다. 시험 풀이용 개념으로만 머릿속에 꾹꾹 밀어 넣어 놓았던 그것과의 조우는 그렇게 성사됐고, 그것은 이내 내 안에 빠르게 체화(體化)됐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 그랬던가. 태어날 때 한 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번 그리고 나라를 잃었을 때 한 번. 이러한 낡아빠진 성역할 관념에 경도된 채 눈물을 금지당한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은, 또 아들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 감정을 거세당한 채 남자다움을 강요당하고 있는가. 눈물을 삼키고 또 가리는 것이 미덕(美德)이라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내 스스로 내 안에 쌓아 올린 '억눌린 감정'이라는 이름의 둑을 한번 가늠해 보자. 바벨탑처럼 켜켜이 쌓여 끝도 보이지 않는 둑. 그 아래 괴어 있는 돌 하나 툭 하고 빼내 버리면 어떨까. 둑을 깨트리고 밀려 나오는 감정의 파도는 이내 눈을 타고 흘러내리며 마음의 정화(淨化)로 변신할 것이다. 얼마 전 난 손흥민의 100호골을 보며 울었다. 또 BTS 공연에 열광하는 아미들의 모습을 보며 코끝이 찡함을 느꼈고,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눈물은 감정을 보듬는 묘약이다. 여러분께 눈물을 권해 본다.

오석기문화체육부장·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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