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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취준생 32%가 공시족'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019년 2월 초 ‘한국인들이 꿈꾸는 직업?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무원시험(공시) 합격률이 2.4%로 2018년 하버드대 지원자 합격률 4.59%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져 젊은이들이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 분야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합격률을 단순 비교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에도 불구, 하버드대 입학보다 좁은 문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국의 공시 과열을 꼬집은 것이다. ▼한국의 공시 열풍이 외신의 관심거리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PRI는 그 원인을 “경기가 나빠도 정부는 계속 공무원을 채용하고, 공무원은 정년까지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997년 외환위기, 그때도 공무원은 월급 한 푼 깎이지 않았다. ▼청년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꼴로 ‘공시족'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449만명) 가운데 취업준비생의 32.4%가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대란 와중에 청년세대의 공시족 쏠림 현상이 한층 심해져 1년 새 4.1%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에 반해 ‘일반기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취준생은 22.2%에 그쳤다. 취업·고용시장의 기형적 현실이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 셈이다. 청년 취업난도, 과도한 공시족 쏠림도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고, 안정보다는 도전과 개척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건강한 나라다. 청년이 역동적으로 창업을 꿈꾸고 생산적인 민간 분야에 진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이 우수 인재를 독식하면 인적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민간경제의 활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공직사회에도 경쟁과 보상 시스템을 제대로 도입해 공무원은 편하게 돈 버는 직업이라는 편견도 깨야 할 때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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