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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양양군 양양읍 화일리 야산에 자작나무로 산림을 복구한 현장을 김외정 강원대 산림과학연구소 교수(사진 오른쪽 앞)와 본보 기자가 직접 둘러보고 있다. 양양=김남덕기자

강원도 땅의 80%가 산림이다. 그 나무들이 전 국민에게 레저와 맑은 산소를 공급하는 원천이지만 때론 산불로 도민들의 삶에 치명상을 입히는 `화약고'가 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기대를 접고, 어떻게 하면 반복되는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실과 문제점, 대안 등을 나눠 싣는다.

지자체·산림청 대체수종 계획
산주 산림 소득 이유 송이 선호
2005년 양양에 자작나무 심어
동해안 소나무 외 자생 어려워


동해안 산불 복구 현장에서 `이익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소나무 때문이다.

잦은 동해안 산불은 서고동저(西高東低)에 의한 건조한 기후, 양간지풍의 거센 바람, 불에 잘 타는 소나무 특성 등 크게 3가지 영향을 꼽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기후적 요인은 불가피하더라도 소나무로 대변되는 수종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때문에 산림청이나 지자체는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불에 잘 타지 않는 비(非)소나무류를 많이 심고 있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유림에서는 산불 예방이라는 `공익'과 `산림 소득'이라는 `사익'이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는 인화성이 강한 송진·솔방울 등으로 불에 잘타는 소나무 대신 다른 수종을 심을 것을 바라고 있는 반면, 산림 소유주는 산림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 수입원인 송이가 서식할 수 있는 `소나무'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주 입장에서는 소득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대표 수종이 소나무라는 것이다. 사유림의 경우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산주의 의견과 배치되는 수종을 심기 어렵다.

배만철(양양송이상인협회장) 양양임업후계자협회장은 “울진, 영덕의 경우 20~30년 전 지자체에서 소나무를 조림한 뒤 잘 관리해 최근 송이 생산량이나 품질이 몰라보게 상승했다”며 “도내의 경우는 1970~1980년 산림녹화 때 소나무를 심은 뒤 산불 이후에도 소나무를 잘 심지 않아 송이의 품질이나 수확량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8년 3월 산림 피해를 입은 고성 산불의 경우 복구 예정인 군유림, 사유림 187㏊ 가운데 식재 수종의 80%가 소나무로 계획됐다. 이는 산주들의 산림소득 기대뿐만 아니라 동해안의 지질적 특성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 2005년 양양 산불 피해지역에 불에 강한 자작나무 등을 심었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당시 방화수림 목적으로 자작나무와 낙엽송 등 권장 수종을 심었지만 2~3년 내에 거의 죽고 대신 소나무들이 자연 번식해 해당 일대도 소나무 군락지가 됐다”고 했다.

지난 12일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을 둘러본 김외정 강원대 산림과학연구소 교수는 `적지적수(適地適樹·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자)'를 강조했다. 소나무가 많아 산불이 나는 것이 아니라 산불이 나기 때문에 소나무가 많아진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일단 산불이 나면 지표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올라가 땅속 10㎝까지 미생물이 죽고 수분이 날아가 토양이 척박해진다”며 “송이를 비롯한 소나무의 균근균(菌根菌)이 이 척박한 토양에 유독 강하다 보니 소나무 이외의 나무는 자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속초·고성=전명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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