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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불타는 집서 탈출 순간 생생 … 아직도 악몽에 고통받는 아이들

손때 묻은 장난감·물건 흔적 없이 사라져 상실감 극심

단란한 보금자리 아닌 낯선 연수원 생활 스트레스 가중

일부 우울증 치료 … 일선 교육현장 정서안정 대책 부심

초등학교 4학년인 A양은 고성 산불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 생전 처음 자신의 집은 물론 친구의 집이 불에 타는 것을 목격하고 부모와 함께 새벽까지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던 기억 등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화마는 단란한 가정의 보금자리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B군 역시 산불이란 대형 재난을 경험하고 난 뒤 웃음이 사라졌다.

고성 산불로 피해를 입은 초교생들이 산불 발생 2주일이 지나도 악몽을 떨치지 못하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산불 발생 당시에는 몰랐지만 1~2주가 지나면서 손때 묻은 물건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데 대한 상실감과 연수원 등 낯선 생활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주요 요인이다.

산불 주피해지역인 토성면의 인흥초교는 산불 피해 학생들의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학교는 산불 직후 강원교육희망재단의 지원을 받아 건물 내·외부를 화사한 색상으로 도색했다. 산불을 연상시킬 수 있는 1층과 2층 사이 계단 벽면 색깔을 빨간색에서 흰색으로 바꿨다. 특히 저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돌봄교실을 전학년으로 확대, 산불 피해 학생 중 7명은 수업이 끝나도 밤 9시까지 학교에 남아있다 연수원 등 임시 주거시설로 돌아가도록 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우울증 등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다.

고성군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고성 산불 피해를 입은 고성지역 초·중·고교생은 인흥초교 17명 등 모두 48명에 달한다.

박대성 인흥초교 교감은 “피해 아이들의 정신적 심리적 안정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민간 병원과 단체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 감사하지만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부재는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고성=권원근기자 kw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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