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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을 가다]제발 양성만 아니길…나는 오늘도 수없이 되뇐다

도보건환경연구원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연구동의 BL3(Biosafety Level 3) 실험실에서 보건연구사들이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를 연구실로 반입하고 있다(왼쪽 위). 연구실로 반입된 검체는 확인(왼쪽 아래), 검체 불활성화, 유전자 추출 과정을 거친 후 BL2 실험실에서 실시간유전자분석기를 이용, 유전자 검출검사(오른쪽)를 진행한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음성 또는 양성 결과가 나타난다. 박승선기자

증상 뚜렷한 의심자 검체 들어온 날

“제발 아무일 없었으면” 기도해

몇시간 후 '양성' 심장 쿵 멈춘듯

전 직원 밤낮없이 비상근무체제

첫 확진 이후 하루씩 60여건 검사

음압실 기압 낮아 피로도 높아

검사자 초조함 알기에 쉴 틈 없어

수십 건의 검체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탁기쁨(25) 보건연구사는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곧바로 생물안전2등급(Bio Safety LEVEL2·이하 BL2) 실험실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증상이 뚜렷한 의심자의 검체가 있다고 전해 들은 탁 연구사는 마음속으로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하고 기도했다. 곧바로 검체내 유전자 검출 검사를 하는 실시간유전자분석기에 검체를 넣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분석기 결과가 나온 모니터를 본 탁 연구사는 심장이 '쿵' 멈춘 듯했다. “이거… 큰일났다…”. 강원도 첫 코로나19 양성 결과가 나온 순간이었다. 지난 21일 밤 12시가 가까울 무렵이었다. 25일 만난 탁 연구사는 “역학조사와 실험 조사 값이 명백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순간 강원도에도 '결국' 이라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검사 요청 폭증=강원도내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검사자들의 검체를 국가지정병원인 강원대병원, 강릉 아산병원 등과 함께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등이 검사한다. 이 중 24시간 운영 중인 도보건환경연구원은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늘어나고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절정은 첫 양성 결과가 발표된 22일 오후부터였다. 1단계 대응체계였던 1월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일평균 20건 정도 검사했다면, 2단계인 3일부터 21일까지 일평균 40건 정도였다가 22일부터는 일평균 검사 건수가 60건 이상으로 초반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주로 생물안전3등급(Bio Safty LEVEL3·이하 BL3) 실험실에서 의뢰된 검체의 바이러스를 파괴,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최연희(26) 보건연구사는 “확진자 발표 직후 검체가 쏟아졌다”면서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 3~4시까지 실험실을 수십 차례 들락거렸다”고 회상했다. 최 연구원은 “제발 양성만 없어 달라고 빌었다”며 당시 심정을 전했다. 기자와 만난 지난 25일에도 전날 밤샘 근무 후 오전 9시에 퇴근했다가 곧바로 다시 출근했다는 최 연구원은 “아직 견딜 만하지만 잠은 푹 자보고 싶다”고 했다.

■비상근무 체제 가동=현재 도보건환경연구원 질병조사과 11명은 매일 오전·오후 정상 근무하고 3개 팀으로 나눠 각 팀마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야간 근무를 서는 비상 근무팀 체제가 운영 중이다. 체제는 그렇지만 검체가 몰리면서 사실상 전 직원 모두 매일 밤 10시 넘어까지 근무할 정도로 바쁘다.

그 이유는 분석에 시간과 함께 꽤 많은 인력 및 노동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우선 시·군보건소 등에서 도보건환경연구원 등으로 전달되는 검사자의 검체는 감염성물질을 3중으로 감싼 전용 수용용기에 담겨 온다. 종이 상자에 담긴 해당 용기를 전달받은 연구사들은 용기를 BL3 실험실로 통하는 패스박스에 넣어 5~10분간 자외선으로 살균한다. 이후 연구사들은 BL3 연구소 안에 들어가 용기에서 검체를 꺼낸 뒤 바이러스를 파괴하고 독성을 제거하는 검체 불활성화 작업을 진행한다.

연구사들은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검사자의 입과 코 등인 상기도에서 채취한 검체와 가래 등의 검체에서 유전자를 뽑아 내기가 어렵다는 것. 또 실험을 진행하는 BL3 실험실이 음압 실험실인 만큼 기압이 낮아 장시간 작업을 할 경우 피로도도 높다. 결과를 기다리는 해당 시·군보건소와 검사자들의 초조한 마음을 알기에 작업을 서두르지만 잇단 밤샘 작업으로 체력이 떨어져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조기 종식 힘 모으겠다”=BL3 실험실에서 유전자의 불활성화 작업이 끝난 검체는 BL2실험실로 옮겨진다. 이곳에서는 유전자를 추출하는 단계가 1시간 정도 진행되고, 실시간유전자분석기에 넣어진 검체는 2시간 동안 유전자 검출 검사를 받는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음성 또는 양성 결과가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에 올라온다. 3~4시간 정도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검체 수십 건이 몰릴 경우 작업과 실험 시간은 2~3배가량 늘어난다. 연구원이 가장 오해 받는 대목이다.

김영수 감염병연구부장은 “실험 기기 시작 버튼을 누르면 2시간가량은 멈출 수가 없다”며 “그 사이 또 다른 검체가 도착하지만 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워 시간이 지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기 바이러스는 통제가 쉽지 않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응할 수 있는 체계는 갖추고 있다”며 “직원들도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조기 종식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밤 10시,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의 불빛은 그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신형철기자

생물안전3등급(BL3) 실험실은

생물학적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병원체를 취급하는 실험부터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안전 장비와 물리적 밀폐 조합으로 이뤄진 음압 실험실이다. 실험실 내 기온과 기압이 낮아 사고 발생 시 내부 공기 등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구성됐다. 도보건환경연구원은 별도 생물안전연구동에 각 10여평 규모인 2개의 BL3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