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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아는 만큼 맛있다]500년 전 닭구이가 닭갈비 조상일까

닭갈비⑴ 문헌 속 유래는

◇춘천의 대표적 음식 닭갈비.

이 코너는 때로는 신중하게 또 때로는 가볍게 우리가 즐겨 먹는 다양한 음식이 만들어진 역사적인 기록이나 숨겨진 이야기, 효능과 조리법 등 음식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전달하는 곳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대표적인 외식 메뉴 닭갈비.

이 닭갈비라는 음식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족보가 있을까.

큰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사물이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식 이름으로 닭갈비(鷄肋·계륵)라는 표현이 나오는 문헌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언론들이 닭갈비를 소개할 때 공식처럼 대입시키는 '1,400여년 전 신라시대 때 시작됐다는 설'도 딱히 정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역사 문헌 속에서 그나마 닭갈비와 유사한 음식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 28권등에 나오는 '자계(炙鷄)'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구울 자(炙), 닭 계(鷄), 구운 닭, 즉 '닭구이'다.

닭구이는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1670년), 규합총서(閨閤叢書·1809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1924년) 등 다수의 요리책에서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책에는 조리법도 비교적 상세히 소개돼 있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연계구(軟鷄灸)' 조리법처럼 요리하는 과정만 놓고 보면 닭고기를 불에 구워 익히는 방식이나 일정시간 양념에 재워둔다는 점에서 닭갈비의 그것과 닮아 있다.

특히 장을 바르고 익힌 후 초장(닭갈비는 양념장)에 먹는다는 방식까지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가장 오래된 음식책인 산가요록(山家要錄·1450년)의 포계(닭구이) 부분에서도 현대의 닭갈비 조리법과 유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데 양념(맑은간장·참기름)만 다를 뿐 닭을 여러 조각으로 토막을 내 조리하는 방법이나 과정까지 상당히 비슷하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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