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문화

◇옛 경춘선은 느리게 이동했지만, 그만큼 서로 대화할 시간이 많았기에 여행의 즐거움과 낭만은 배가 된다.

1989년 김현철 `춘천 가는 기차'
옛 여자친구와 여행 노래 옮겨


춘천 가는 기차.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이 1989년 발표한 노래다.

`조금은 지쳐있었나봐 쫓기는 듯한 내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기적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구슬픈 멜로디가 애절하기까지 하다.

이 노래는 김현철 본인의 이야기다. 재수생이던 그가 독서실 간다고 뻥(?)을 친 후 여자친구와 청량리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학원 끝나는 시간까지 돌아와야 했지만, 당시 경춘선은 정거장도 많고 느릿느릿 가던 터라 결국 강촌역(당시 춘성군)에서 내렸고 구곡폭포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해 여자친구와 이별하고 11월 다시 찾은 경춘선에서의 감정을 노래로 옮긴 것이다.

김현철은 당시 춘천은 기타 음악, 낭만, 호수 등 막연한 이데아를 주는 곳이라고 회상한다. 춘천은 세련되지도,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공간이라 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란다.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 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술에 취하고, 낭만에 취하고, 추억에 빠져들 수 있는 곳이 춘천이다.

당시 단선인 경춘선은 마주 오는 기차가 있으면 지나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홍익회에서 판매하는 귤 한 봉지를 사서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나눠 먹은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지금은 복선으로 깔린 시원한 철로에 ITX `청춘열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됐지만, 낭만의 거리는 예전만큼 못하다. 너무 빠르면 지나치는 것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허남윤기자

편집=이규호기자

Copyright ⓒ Kangwonilbo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