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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대장정 마친 최문순 지사

“남북 공동입장 땐 온몸 소름…경기장 활용방안 찾아야죠”

◇17일 최문순 지사가 강릉 강원미디어센터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 성공개최에 대한 감회를 밝히고 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취재단=박승선기자

"남아공 더반 이후 2,448일 긴장의 나날 보내

中 축구대회 접촉서 북한 참가 결정적 역할

北 내달 방북 요청…2021 남북공동AG 물꼬"

"외국 손님들 친절·안전·음식 최고다' 극찬

대회 성공적 치러낸 도민들 혼신의 노력 감사

평창포럼을 다보스포럼처럼 크게 키워 나갈 것"

지난 17일 오전 10시36분. 강릉 씨마크호텔에 자리한 강원미디어센터(GMC). 너른 창 너머로 흰색 밴 한 대가 들어온다. 최문순 지사를 태운 차다. 이내 인터뷰룸 문이 열리고 자원봉사자 점퍼 차림의 최 지사가 들어온다. 늘 그랬던 것처럼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이다. 언제 봐도 한결같은 모습. “아이고, 많이들 오셨네요. 고생 많으십니다.” 시작된 '아이고' 어법. 반가운 인사 안에 피곤함이 그득 고여 찰랑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패럴림픽 기간 꽉 짜인 스케줄 때문에 그야말로 '쉴 틈'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했던 그다. 그 '쉴 틈'도 쪼갠 것이 이날 만남이었으니 그렇게 느껴질 만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기하게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다. 그래서 더 피곤한 느낌의 문순C다.

“오 부장님, 제 옆자리로 오셔야죠.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그의 모습을 찍을 동영상카메라를 발견하고는 동반 출연을 요청한다. “저는 비디오가 자신 없어서… 영광이지만 지사님만 나오시면 됩니다” “에이, 그래도 같이 하시면 좋은데….” 이렇게 장난 섞인 몇 차례의 실랑이가 오고 간 후에야 그와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올 2월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시작으로 쉼 없는 44일간의 여정이었다. 아니 2011년 7월6일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이 울려 퍼진 지 2,448일간 이어진 가슴 졸임의 순간들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동계패럴림픽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에 도백으로서 그의 감회는 어떨지 궁금했다.

“올림픽을 잘 치렀으니까 후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민들과 함께해 오던 일을 끝내게 되니 서운하고 허전하고 섭섭합니다. 그리고 도민 여러분께서 혼신의 힘을 다해 앞장서 주셔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데 대해서는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감사드리는 그런 충만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평화' 이슈가 크게 부각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올림픽 개최의 걸림돌이었던 남과 북의 긴장관계가 극적으로 해빙무드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 낸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지난해 최 지사의 중국 쿤밍(昆明) 방문이 그 시발점이었다.

“저는 작은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이 다 끊긴 상태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것이 강원도와 남북체육교류협회가 함께하고 있는 국제유소년축구대회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쿤밍에서 열렸는데 그곳에서 북측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하기도 했는데 술도 한잔하면서 북한 참가에 대한 요청을 진정성 있게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가서 쿤밍에서 나눴던 얘기를 수뇌부에게 잘 보고했던 모양입니다.(웃음)”

그래서일까.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남북 공동입장으로 꼽았다.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은 역시 남북 공동입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림픽의 가장 큰 걸림돌이 남북관계였는데 그것이 아주 극적인 반전을 이루면서 또 공동입장까지 하게 된 것이니까요. 특히 분단도에 살고 있는 저희로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고 평화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던 때 예상치 못한 일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저희가 7년 동안 철저히 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노로바이러스 감염환자가 발생한 거죠. 저희도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이동식 화장실에서 소독된 수돗물을 쓰기로 했는데 시냇물을 끌어 올려서 그냥 쓰다 보니까 확 퍼져 버린거죠.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처우에 관한 문제, 초기 교통 문제 이런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 지사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해외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이번 올림픽에서 좋았던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첫 번째가 친절, 두 번째가 안전, 세 번째가 음식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친절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아 주신 것이 이번 올림픽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도민은 물론 올림픽 가족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박수를 치며)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경기장 사후활용 문제로 넘어갔다.

“처음에 우리가 계획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개·폐회식장은 폐회식이 끝나면 바로 철거에 들어갑니다. 나머지 경기장도 원래 용도로 되돌리거나 또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바꿔야 하는데 여러 가지 변수가 생겼습니다. 먼저 컬링의 경우는 세계연맹에서 11월에 컬링 경기를 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정선 중봉 활강스키장의 경우도 코스가 좋기 때문에 내년에도 월드컵 경기를 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2021년에 남북이 아시안게임을 공동으로 유치하려면 경기장들이 꼭 필요합니다. 상당 부분 유지하는 쪽으로 요청이 있어서 유지 쪽으로 많이 가 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경기장 유지보수의 주체와 비용을 두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기도 하다.

“유지보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우리 도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상황이 변하면서 경기장을 조금 더 유지하는 쪽으로 진행되다 보니 액수가 늘어날 수 있고 분담 비율도 달라질 가능성도 있고 해서 의사결정은 여유를 갖고 하기로 했습니다. 추가비용이 40억원 정도여서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0억원을 들여 유지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대체적인 합의는 돼 있는 상태입니다.”

최 지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강원도가 평화이니셔티브를 선점, 주도해 나가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쓰는 표현 중에 '소구전동대구(小球轉動大球)'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공을 굴려서 큰 공을 움직인다는 뜻인데 축구공(유소년축구대회)을 굴려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움직이고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실현됐죠. 그 앞에 강원도가 서 있는 것이고요. 강원도가 평화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이번에 만든 것입니다. 이것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평창포럼'을 이미 창설해 놓았습니다. 이 포럼을 스위스 다보스 포럼처럼 키웠으면 하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내년부터 이 포럼을 계속 키워 나가 평화이니셔티브를 계속 갖고 갈 생각입니다.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제안도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저희가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남북 문화교류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 지사는 북한으로부터 오는 4월에 열리는 평양국제마라톤대회와 6월 평양유소년축구대회 참가 요청을 받은 상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 규모 등은 결정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정부와 잘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올림픽, 평화올림픽으로 '열일(열심히 일하는)' 모드에 접어든 바쁜 문순C다.

평창동계패럴림픽취재단=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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