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대학병원 휴진·수술 중단, 환자 절규 안 들리나

강원대 등 전국 20여개 의과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온라인 총회를 열어 1주일에 하루는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충남과 세종 등 일부 대학 비대위는 휴진을 결정했다. 강원지역 대학병원들은 휴진 등을 정하지 않았지만 휴진 및 수술 중단이 확산될 경우 환자들의 피해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의대 증원 갈등에 따른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도내 대학병원들은 외래진료를 일부 축소한 상황이다. 강원대병원은 정신과와 정형외과 병동 일부를 감축 운영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도 전체 병동의 약 10%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23일 기준 도내 대학병원 병상가동률은 45%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날부터 한 달이 되는 25일 이후에는 의료 대란이 한층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도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의대생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다. 두 달 넘게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들이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 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사직서 효력 발생 이후에는 진료 축소 폭이 더욱 커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의협 등은 2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지역·필수의료 지원 등 광범위한 의료개혁 방안을 다룰 기구인데도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이익을 관철하려는 의사집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 한시가 급한 중증 환자들은 안절부절이다.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를 종용해도 모자랄 판에 외래진료와 수술을 부분적으로 중단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오히려 사직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는 의대 교수들의 모습에 깊은 탄식이 나온다. 암환자 등 중증환자 단체 모임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했다. 이미 의료 현장에선 말기 암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는 절규가 의대 교수들에게는 들리지 않는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국민의 반감을 사는 의사가 아닌 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설득하고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생명의 위협을 해소해 주는 의사로 속히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