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조선 왕실의 숲에 가다]우뚝 솟은 '왕의 나무' 숲을 가득 채우다

(3)양양의 황장금표

▲양양 낙산 동해신묘 주변의 해송들이 줄지어 서서 멋진 픙광을 자랑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강원도의 대표도시 양양은 산림자원이 우수하다. 설악산과 구룡령 옛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른 여럿이 두 팔을 맞잡아야 할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중에 어명을 받들어 그루터기만 남은 채 자신의 충성심을 드러낸 소나무들도 간혹 보인다.

양양과 인제를 잇는 44번 국도를 가다가 휴게소에 진입하면 한계령 표지석이 서 있고 이내 양양군으로 진입하면 오색령이란 표지석이 서 있다. 고개는 하나인데 각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은 두 개다. 표지석을 지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운전하다 보면 금표교가 나온다. 아마도 소나무와 관련된 지명으로 이 부근에 황장금표가 있지 않을까 하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지만 찾지는 못했다.

양양은 소나무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도시다. 올해로 28년째 맞는 송이축제만 봐도 양양에서 소나무는 일상생활에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송이축제는 가을철 양양 송이 수확 시기에 맞춰 송이버섯을 테마로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음식을 맛보고, 놀이를 체험하는 양양의 대표축제다. 양양 송이와 함께 전국의 국내산 버섯 등 지역의 농·특산물을 한 곳에서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양양연어축제를 통합해 열려 송이와 연어 콘텐츠를 통한 설악산, 동해바다, 남대천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두루 만끽할 수 있는 축제로 진화 중이다. 조선시대 양양도호부는 강원도에서 손꼽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가진 고을로 홍천으로 바뀐 내면은 물론 설악산은 양양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양양의 소나무는 왕실에서 사용하는 황장목으로 아주 귀한 유산이다. 그래서인지 양양지역은 황장금표가 여러 개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큰물이 지나간 상월천리 계곡 입구 바위에서 발견됐었다.

양양문화원이 정리한 양양 관내 금표(禁標) 현황 자료에 따르면 모두 7개의 금표가 발견됐지만 자연재해나 개발로 인해 대부분 사라져 아쉬움을 주고 있다.

양양군 현북면 장리에 있던 교계는 淵山自 北界七十里(연산자 북계칠십리)라는 글자가 암각돼 있었다. 연산은 북쪽 경계로부터 70리라는 의미다. 장리 교계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기록적인 강수로 인해 유실됐다. 禁標五里(금표오리)라는 글씨가 암각돼 있었던 현북면 원일전리 금표는 2008~2009년 새 농촌건설 하천정비사업으로 사라졌다. 禁標十里(금표십리)가 암각된 어성전 금표도 1984년 군도 확포장 공사로 매몰돼 사라졌다. 법수치 금표는 1997~1998년경 용화사 입구 다리공사 중 파쇄됐다. 2013년 발견된 달하치 연화동 교계(校界)와 2017년 법수치 갈밭구미 교표(校標) 그리고 최근 2021년 발견된 현남면 상월천리 금표는 왕실에서 사용하는 소나무 집산지였음을 보여주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양양에서 가볼 만한 소나무는 낙산해변 입구, 낙산사 의상대 주변과 홍예문을 지키는 소나무들이 홍위병처럼 길게 도열해 있다. 낙산 해변 여가리에 있는 동해신묘 주변의 적송과 해송도 양양의 아름다운 풍광에 부조하고 있다. 양양군 서면 용소리의 보호수 19호로 지정된 소나무도 볼 만하다. 줄기를 붉은색으로 단청한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하다. 이곳의 소나무들은 늘 안부를 묻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가는 나무다. 가끔은 나도 누군가에게 지워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안부를 묻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발에 치일 정도로 많던 양양의 산림문화유산이 우리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 가고 있다. 강원의 소나무는 경관을 아름답게하는 생명문화재로 지역의 자랑이다. 황장금표를 따라가는 길은 양양의 산림문화 유산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