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미리보는 공연]시인 박인환, 관객들의 입에서 다시 태어나다

강원도립극단 음악극 ‘가객 박인환’
9일 시연회 거쳐 17일 속초 첫공연

◇강원도립극단 단원들이 9일 ‘가객 박인환’의 시연회를 앞두고 연습 중이다. 사진=강원도립극단 제공

강원문화재단 창립 25주년 기념 음악극 ‘가객 박인환’이 9일 시연회를 열고 베일을 벗는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 공연은 강원도립극단의 지향을 담았다는 평가다.

■무대 위로 올라온 객석=‘가객 박인환’에서 관객은 무대를 바라보는 손님이 아니다. 서양식 실내극장의 도입으로 연희판에서 함께 호흡하던 관객과 작품의 거리는 한 뼘 멀어졌다.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작품은 객석에서 해답을 찾았다. 무대 위에서 극을 관람할 수 있는 ‘박인환 존’과 관객이 직접 극에 참여하는 ‘양계장 존’‧‘가객 존’을 마련했다. 관객들은 극의 한 요소로 배우들과 서사를 이끌며 작품을 완성해 간다.

◇강원도립극단 단원들이 9일 ‘가객 박인환’의 시연회를 앞두고 연습 중이다. 사진=강원도립극단 제공

■시공간을 뛰어넘는 무대구성=작품은 박인환의 영혼과 함께 1945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여정은 라이브 영상을 통해 되살아난다. 무대 바닥과 벽면에 투사되는 영상은 관객들을 격동의 시대로 몰입시킨다. 배우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도 극의 특징이다. 배우들의 언어와 몸짓은 시의 행간 속 함축된 시간들을 풀어낸다.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영상이 무대를 가득 채울 때, 시는 비로소 여백 사이 삼킨 감정들을 토해낸다.

◇강원도립극단 단원들이 9일 ‘가객 박인환’의 시연회를 앞두고 연습 중이다. 사진=강원도립극단 제공

■최초 공개되는 창작곡=음악극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작품은 전곡 창작곡으로 무대를 채웠다. 12곡의 창작곡은 시대의 풍파 속 삶에 대한 허무를 견뎌온 박인환의 삶을 담았다. 관객들의 합창으로 채워지는 이번 공연에서 창작곡의 무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시인의 삶을 노래하는 관객들. 파란만장했던 박인환의 인생은 긴 시간을 지나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경익 강원도립극단 예술감독. 사진=강원도립극단 제공

김경익 예술감독은“박인환의 작품이 수록된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보며 그가 그린 새로운 도시가 궁금해졌다”며 “관객들이 공연의 주체이자 객체가 되며 젊은 가장이자 예술가로서 험한 시대를 견뎌온 박인환의 삶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가객 박인환’ 오는 17일 속초 문화예술회관에서 막을 올린 뒤 도 전역에서 순회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