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190만
인물일반

[신형철이 만난 사람]정회철 “변호사보다 술 만드는게 더 매력적…전통주 세계화 이룰 것”

[신형철이 만난 사람]법조인에서 술 제조자로 직업 바꾼 정회철 전통주조 '예술' 대표

문이 열리자 진한 누룩과 소주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소주와는 전혀 다른 술 향. 지난달 29일 방문한 춘천 김유정역 금병산 입구 한쪽에 자리 잡은 전통주조 업체 ‘예술'의 첫인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회철·조인숙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았다. 오는 15일 오후 4시 이전 개소식을 앞두고 바쁜 시간을 보내던 부부는 전통술 복원과 대중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 향후 계획들을 가감 없이 전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앞날이 창창하던 사람이 전통주를 만들겠다고 나선 배경부터 물었다.

서울대 법대 81학번으로 학생운동하다 1997년 사법시험 합격

취미로 시작한 ‘술 빚기' 전통주 맛·향에 반해 양조업 뛰어들어

10년간 탁주·약주·소주 고급화…이제 마케팅·대량생산 집중

■정회철 대표의 이력이 특이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법조인이던데=“서울대 법대 81학번이다. 학생운동과 노동상담소장 등을 하면서 1994년에야 복학을 하게 됐고 1997년 사법고시(40회)에 합격했다. 법조인인 것은 맞지만 엄밀히 말하면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다. 변호사를 했지만 변론은 하지 않고 강의하고 책을 썼다. 변호사 일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교단에 섰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고, 그러다 술에 이끌려 예술을 창업하게 됐다.”

■변호사, 교수를 하다 전통주 제조를 주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맞다. (저도) 당시에는 전혀 술을 빚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은 취미로 시작했다. 당시 변호사를 하면서 취미를 가져보자는 생각에 술을 빚는 것과 목공 일을 우연히 시작했다. 2007년부터 5년 정도 술을 빚었다. 그 과정에서 한때 전국의 양조장을 관광 삼아 다녀봤고 탐방기를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전통주 체험하기를 찾았고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에게 선물하니 맛있다는 피드백도 와 용기가 났던 것 같다.”

■평소 술을 좋아했나 보다=“좋아는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타입은 아니다. 그런데 술 빚는 과정, 만드는 과정에 묘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창조하는 것 같았다. 변호사 업무는 이상하게 재미가 없었는데 술 제조에만 들어가면 정신을 못 차렸다. 뭔가 만드는 것을 넘어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창조물이 나온다는 것에 대한 희열이 높았다. 그래서 점차 술 만드는 시간을 늘렸고 이후 교육기관에서 배우기도 했다.”

■주조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술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변호사나 학교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부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한국 술만의 정체성을 찾자는 것이었다. 우리 전통주의 장점이 무궁무진한데 이것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세계적인 술, 국제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술을 만드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더 값어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왜 강원도에 정착하게 됐나=“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쉴 곳을 찾으면서 홍천 내촌면 동창마을에 정착한 뒤 민박을 하면서 양조장 운영을 시작했다. 술 체험을 위한 민박이었다. 2008년부터 14년 정도 운영했다. 처음부터 양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물도 좋고 주변도 좋아 시작했다.”

■지금은 춘천에 자리잡았다=“양조장이 위치한 홍천이 조금 외진 곳인데다 작은 공장을 세 군데에서 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져 접근성이 좋은 춘천으로 옮기게 됐다. 마케팅을 특별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홍천의 경우 찾는 분들이 특별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 다만 춘천은 관광지로 변모하는데다 상대적으로 찾기가 쉬운 점이 고려됐다. 제조와 마케팅 모두 유리해 선택했다.”

■‘예술'만의 특징을 설명해 달라=“국내에도 누룩이 있지만 우리는 직접 누룩을 만든다. 누룩이라는 것은 지역의 균이다. 춘천의 균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지역의 특산주가 될 수 있다. 지역 특산주라고 한다면 지역의 특산 균을 사용해야 한다. 지역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누룩을 띄워 사용해야 지역 특산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예술의 술은 지역 특산주라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전통주가 아직 낯설다=“우리가 만드는 술은 탁주, 약주, 소주 세 가지가 있다. 제품으로는 일곱 가지다. 우리술의 특징이라고 하면 전통주다. 특히 누룩을 직접 띄워 술을 빚는 게 특징이다. (직접 만든 누룩을 보여주면서) 밀로 만든 것과 쌀로 만든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의 막걸리를 만드는 누룩과는 다르다. 누룩은 된장을 만드는 메주와 비교할 수 있다. 누룩으로 술을 빚는데 쌀이 술로 바뀌는 것이다. 알코올로 변하는 데 신기하다.”

■탁주와 소주를 주력으로 한다고 들었는데=“원래 탁주가 나오면 청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소주로 넘어갔다. 아마도 음식과의 궁합인 페어링 때문인 것 같다. 탁주는 파전 등의 안주와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막걸리가 떴다. 소주는 소주만의 문화가 있다. 바로 삼겹살이다. 증류식 소주로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과거 선조들이 즐겨 먹던 술은 청주다. 그런데 요즘 우리에게 청주 문화는 별로 친숙하지 않다. 일본의 사케는 스시 문화와 잘 맞는다. 우리의 청주는 잘 맞는 안주가 없다. 현재의 식문화가 막걸리에서 소주까지 두루 어울리는 점을 고려했다.”

■예향의 소주는 증류식인가=“희석식 기존 소주뿐만 아니라 증류식 소주들과도 차이가 있다. 증류 방식으로는 상압식과 감압식이 있다. 우리는 상압식을 선택했다. 상압식은 1기압에서 증류를 한다. 알코올은 75도에서 증발하는데 증류에서 나오는 소주는 열을 받아 조금 거북한 느낌이 있다. 이를 숙성하게 되면 열감이 사라지는데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5년을 숙성시킨다.”

■숙성시키면 어떤 점이 나아지나=“증류로 내린 술은 산소와 만나면 숙성이 된다. 숙성은 술이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겪는 건데 물리적 변화는 술이 부드러워진다. 산소와 술이 잘 만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옹기를 통해 5년간 숙성한다. 위스키를 만드는 오크통의 경우 나무에 숨구멍이 있듯이 옹기에도 숨구멍이 있다. 숙성을 한 술은 시간이 갈수록 부드럽게 느껴지게 된다. 우리 술은 53도이지만 실제 시음을 하면 40도 정도로 느낀다. 물리적 변화 때문이다. 화학적 변화는 향이 풍부해지고 좋아진다. 술도 향이 여러 가지로 나온다. 국내 소주 중 5년 숙성 소주는 없다. 옹기에 숙성해서 나오는 술도 없다. 우리 술만의 특징이다.”

■앞서 상압식으로 증류를 한다고 했다. 감압식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시중에 감압식 소주가 많다. 감압식은 높은 기압하에 낮은 온도인 45도에서 증류를 한다. 열을 덜 받는데 소주를 내리면 깔끔하다. 다만 향이 적다. 마시기에는 깔끔하고 칵테일 베이스로 활용이 가능하다. 숙성할 필요도 없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위스키 등은 감압을 하지 않는다. 향기 때문이다. 향은 높은 온도에서 나온다. 이런 점에서 상압식을 선택했다.”

■전통주의 미래를 예측한다면=“처음 시작할 때 블루오션으로 봤다. 전통주 1세대로 선발주자라서 힘들지만 성공만 하면 브랜드 가치가 있다. 주변 반응도 좋고 잘하면 돈을 벌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최근 경제 수준이 높아지만서 술도 고급을 찾고 있다. 또 젊은층은 과거와 달리 자신이 즐기기 위한 좋은 술을 찾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술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10년간 제조에 매달리면서 누룩에 주력했다. 그리고 안정화 시기를 거쳤고 이제는 마케팅과 대량 생산을 준비중이다.”

경제부장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