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190만
사회일반

[오석기가 만난 사람]민병희 “평준화·무상교육 완성 자부심…내 삶 바꾼 교육감으로 기억되고파”

12년 임기 마무리 앞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본보 오석기 사회부장이 지난 16일 강원도교육청에서 민병희 교육감(오른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승선기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의 ‘모두를 위한 교육'이 12년 만에 결승점에 다다랐다. 해직 교사에서 교육위원, 2010년 첫 직선제 교육감 당선에 이어 3선 진보 교육감 시대를 마무리 짓기까지 48년간 계속된 그의 교육 인생도 잠시 쉼표를 찍는다. 민 교육감 재임 시기 강원 교육은 고교 평준화, 무상 교육 등이 도입되면서 천지개벽을 이뤘다. 제도권을 옹호하는 목소리에 맞서 때로는 투쟁을 마다 않으며 이끌어낸 성과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민 교육감은 파란만장했던 12년 임기를 되돌아본 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관사를 일찌감치 비우고 새 보금자리인 화천군 간동면으로 이사를 마쳤다는 ‘예비 자연인' 민병희의 얼굴에는 편안함이 배어 나왔다.

임기내내 최선을 다해…학교 시스템·문화 크게 변화돼

강원교육복지재단 해체·학생인권조례 무산 아쉬움 커

당분간 농사 지으며 그간 발자취 정리할 시간 갖고 싶어

신 당선인, 여러 의견 두루 들으면 신뢰 얻을수 있을 것

■12년 임기가 마무리됐다=“임기를 시작할 때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올해 대학에 갔거나 사회에 진출했다. 교육감으로 펼친 정책이 학령기 전 과정에 영향을 준 것인데 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의 정책이 삶의 힘을 기르는 바탕이 됐기를 바란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구나 싶어 홀가분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임기에 점수를 매긴다면=“굳이 점수를 매기지 않겠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겠다. 강원 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꿨다. 우리가 먼저 시도한 것이 전국으로 뻗어 제도로 정착한 것도 여럿이다. 이전의 학교 시스템과는 비교가 안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문화도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앞장서 이끈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성과는=“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 완성을 꼽겠다.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얼토당토않은 정치적 공격도 받았다. 당시 도의회에서는 평준화 실시에 도민 60% 찬성이라는 전대미문의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 찬성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도민들은 70% 넘는 찬성으로 의지를 보여줬다. 나 스스로가 평준화와 무상급식을 실현했다기보다 도민들께서 교육의 판을 새로 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를 통해 관철한 것이다.”

■반대로 뼈아픈 실책은=“강원교육복지재단 해체와 학생인권조례를 못 만든 것이다. 복지재단은 박근혜 정부의 작은 학교 통폐합에 맞서 정부 조직의 한계를 벗어난 사업을 하고자 설립했는데 당초 계획과 달리 기부금 모집 길이 막혀 교육청 출연금에만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부득이 작은 학교 사업은 교육청이 강력히 추진하는 것으로 하고 재단을 정리했다. 학생인권조례는 번번이 의회에 가로막혔다. 3번째 임기에 의회와 협력해서 제정 단계까지 갔지만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에서 시민 발의 형식으로 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어 중단됐다.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학생 인권을 고양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조례가 갖는 상징성을 생각할 때 많이 아쉽다.”

■작은 학교 문제 해법 있을까=“작은 학교는 곧 인구 문제인데 교육청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 범정부적으로 전 사회적으로 나서야 한다. 출발은 경제 논리, 경쟁 논리로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아이를 포기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극심한 양극화와 무한 경쟁, 지독한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원인이 아닐까. 최소한 교육만큼은 이런 걱정을 덜어주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까 한다. 공교육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을 책임지는 것,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업하고 살아가는 데 불편함 없게 하는 것 등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대안은 나와 있고 나라의 역량도 충분하지만 이해관계에 묶여 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강원 교육의 강·약점은=“약점부터 말하자면 이미 언급한 학령 인구 감소를 꼽겠다. 작은 학교가 늘다 보니 재정이나 인력의 효율적 배치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손해가 간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 등 정부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동전의 양 면처럼 같은 상황을 이번에는 강점으로 꼽겠다. 1대1 맞춤형 교육을 미래 교육의 청사진으로 많이 거론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후보가 강조한 부분이다. 재정과 인력만 뒷받침되고 도내 교사들의 전문성과 열정이 결합되면 작은 학교들이 맞춤형 교육의 모범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교육 정책의 변화는 어떻게 보나=“아직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이 어디로 향할지 분명치 않다. 다만 경쟁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교육은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아이 모두를 훌륭한 시민으로 키우고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교육을 고민해줬으면 한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은데=“교육감 직선제는 민주주의 발전의 산물이다. 정당 공천이 없다 보니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목욕물 더럽다고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듯 직선제 무용론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핵심은 깜깜이 선거를 어떻게 벗어나는가이다. 후보자 의무 토론을 확대하고 교육에 가장 관심이 많은 교직원, 학부모들의 선거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교사와 공무원은 선거에 대해 입도 못 열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업무에서 정치적 중립은 당연하지만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 정당 가입 연령에 맞춰 교육감 선거만큼은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일은=“어느 해 고추 도둑이 극성일 때가 있었는데 내가 농사지은 것도 도둑을 맞았다고 보도가 됐다. 어떤 기자가 교육감이 직접 농사짓지 않고 편법으로 임대를 주거나 직원들을 동원했을 것이라 판단하고 동네에 취재를 다니다 주민들에게 지청구만 듣고 포기한 일이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주말마다 와서 직접 일하며 손수 농사를 짓고 주민들과 어울린 것을 다 보아왔던 것이다. 재임하면서 청렴에 문제되는 일은 손톱 만큼도 하지 않으려 늘 노력했다.”

■만약 임기에 여유가 있다면=“3번째 임기의 60%는 코로나19를 대응하면서 보냈다. 임기가 더 있다면 그 간의 코로나19 대응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싶다. 최선을 다했고 안정적으로 학교를 운영했지만 대면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린아이들은 표정을 보고 감정을 읽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마스크가 가로막아 정서적 공백이 생긴다. 유치원, 초등 저학년만이라도 마스크를 벗기고 싶은데 그걸 못 하고 퇴임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강원 교육 발전 위한 역할 기대할 수 있을까=“교육위원 8년, 교육감 12년을 합해 20년을 교육청 지붕 아래 살았다. 솔직히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당장은 농사를 지으면서 그간의 발자취를 정리할 시간을 갖고 싶다. 하지만 오래 정책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것도 나에게 부여된 책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륜이 도움될 곳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가 도울 생각이다.”

■신경호 도교육감 당선인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교육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교육감은 중요한 결정을 많이 하는 자리다. 넒게 보는 것도, 깊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 때로는 자기 생각을 접어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현장의 교사들, 교육청 직원들,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두루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정책의 실패 위험을 줄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민들에게 어떤 교육감으로 기억되고 싶나=“내 삶을 바꾸는 데 기여한 교육감, 강원교육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 교육감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사회부장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