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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책]화려한 조명으로 달려드는 세상의 많은 불나방들에게

정선에 상상력 더해 배경 설정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시선
자본주의 속 인간의 탐욕 다뤄
돈보다 내면·믿음 큰가치 강조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카지노 베이비''는 영월 출신 강성봉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경인 ‘지음''은 정선 사북과 고한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든 공간이다.

카지노에서 버려지고 카지노에서 태어난 아이. 아빠는 끝내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았고, 전당포 주인인 할머니, 할머니의 딸과 아들이 엄마와 삼촌이 돼 아이를 키웠다. 출생 기록이 없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나''가 살아가는 이곳은 과거 탄광촌이었다가 카지노와 리조트 단지로 바뀐 고장 ‘지음''이다. 지음은 읍내인 이스트지저스와 랜드가 있는 웨스트부다스로 나뉜다. 두 곳 사이에 끼어 있는 슬립시티에는 랜드에서 현금을 모두 잃은 이들이 자동차, 택시기사 면허증을 맡기러 오는 전당포 거리와 허름한 모텔이 즐비해 있다.

성공을 위해 ‘랜드''로 떠나는 사람과 실패 후 자신의 일부를 전당포에 맡기고 다시 랜드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의 시대 상황과 오버랩된다. 강 작가는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휘몰아치던 시대 속에서 집필했다”고 말했다.

◇강성봉 작가가 지난 14일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카지노 베이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한겨레출판

화려하고 강렬한 조명 속에서 빛나는 ‘랜드''. 그러한 빛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하루살이처럼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후 깊게 스며든 자본주의 속에서 ‘삼촌''처럼 정신을 놓기도 하고, ‘할머니''처럼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끈질기게 제 길을 찾아 나가는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을 비판하기보다 애정의 눈길로 바라본다.

책에서도 어린 화자의 입을 빌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가슴속에 소중히 품고 살아가는 한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며 그들을 응원한다. 이처럼 작가는 돈의 가치보다 인간이 가지는 ‘믿음''이 더 상위 가치에 있음을 강조한다. 한겨레출판 刊. 311쪽.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