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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문의 칼럼]혈당관리, 살부터 빼라

혈당 관리의 기본은 '체중관리'
강원도 당뇨·비만 모두 높아...체계적 관리 필요

“혈당을 관리하려면 살부터 빼야 한다.” 지난 6월 진행된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지금까지 당뇨병 환자의 비만 여부는 합병증의 위험 때문에 점검하던 항목이었으나, 혈당 조절 위주의 치료법 대신 비만을 제1의 치료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로 체중이 줄면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완화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1차 치료 목표를 비만으로 하지 않더라도 당뇨병 환자의 비만은 매우 위험한 요인이다. 실제 비만형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은 일반인 대비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4배 높아지며, 체지방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혈당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강원도민의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에서 의사에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30세 이상은 8.5%인데, 지역별로 보면, 인천(9.8%), 강원(9.7%) 순으로 강원도가 2위이다. 비만백서 2018에 따르면 강원도의 비만율은 39.6%이고 고도비만율은 5.84%로 전국 1위이다. 당뇨병 진단율과 비만율이 모두 높은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의 2021 당뇨병 진료지침은 당뇨병 관리법으로 의학영양요법, 운동요법, 인슐린 주사와 경구용 약물을 포함하는 약물치료, 고혈압 관리, 이상지질혈증 관리 등과 더불어 비만 관리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비만한 2형 당뇨병 환자는 생활습관교정으로 기저 체중의 5% 이상 감량을 권고하되, 생활습관교정으로 체중감량에 실패한 경우 보조요법으로 항비만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공인된, 국내에서 1년 이상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항비만제는 현재까지는 4가지 종류의 약제가 알려져 있다. 각각의 약제는 장단점이 있기에, 전문 의사와 상담 후에 선택을 고려해야한다. 항비만제 복용 후에 체중이 감소될 수 있겠으나, 지속적인 생활습관교정 및 동기, 행동의 변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항비만제는 현재 보험 급여가 되지 않은 상태로, 항비만제를 중단한 이후에는 다시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BMI가 30㎏/㎡ 이상인 2형 당뇨병 환자가 비수술치료로 체중감량 및 혈당조절에 실패한 경우에는 비만수술 고려를 권고하고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완화와 사망률을 줄이기도 한다. 미국에서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당뇨병 환자 중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의 혈관 합병증과 사망률을 살펴본 결과, 8년간 10명 중 3명(30.8%)에게서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심부전, 콩팥질환, 심방세동(부정맥)이 나타났다. 수술을 받지 않은 당뇨병 환자는 2명 중 1명(47.7%)에게서 합병증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비만대사수술이 지속적인 당뇨병 관리와 합병증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비만대사수술은 체중 감소만이 아니라 비만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하나의 치료의 옵션이 될 수 있다. 특히 비만형 당뇨병 환자라면 합병증으로 인해 혼자서는 체중감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식사치료, 운동치료는 물론 약물치료와 수술치료까지 다양한 치료 옵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것을 권장한다.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지역 거점 병원의 비만클리닉 등 전문 기관을 통한 상담이 비만형 당뇨병 치료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김원준 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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