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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올해도 '풍년'의 역설…쌓이는 쌀 재고에 멍드는 ‘농심’

강원도내 농협 쌀 재고량 1만8천톤, 역대 최고
햅쌀 수확·정부 수매 앞두고 가격 폭락 불보듯
쌀 소비량도 최저수준 “폭락 막아라” 초비상

햅쌀 수확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원도내 미곡처리장에는 지난해 수매한 재고쌀이 넘쳐나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강원도내 쌀 생산량은 15만5,501톤으로 2016년 이후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 2020년보다 22.1%나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은 풍년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얼굴은 밝지않다. 도내 26개 농협이 지난해 수매한 뒤 판매하지 못한 쌀 재고량이 역대 최대 규모이어서다. 실제 강원농협에 따르면 7월말 현재 회원농협의 쌀 재고량은 1만8,000톤으로 2021년 보다 47%나 많다.

특히 도내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 동송농협 미곡처리장에는 지난해 수확한 2,000여톤의 쌀이 쌓여있다. 동송농협은 2021년 2만1,500톤의 쌀을 수매했었다. 철원지역 4개 농협들이 지난해 수매한 5만6,900톤의 쌀 중 4,000여톤이 재고로 남았다. 이들 농협은 재고량 증가 및 쌀 값 하락으로 올해 모두 11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주 문막농협 등 원주지역 6개 농협도 2021년 1만3,492톤을 수매했음에도 2,900여톤의 재고를 떠안고 있다.

이처럼 쌀 재고량 증가는 하루 이틀된 상황이 아니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기준 2021년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으로 1963년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춘천시 기준 5일 쌀 20㎏ 소매 가격은 5만 3,000원으로 지난해 보다 16% 하락했다.

쌀 소비 감소와 재고량 증가로 인한 농업인들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정호율 한국쌀전업농강원도연합회 회장은 “농민들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쌀 생산량 통계 정확도도 의심할 정도로 일선에서 걱정이 크다"며 "정부의 3차 시장 격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매가가 지난해에 비해 20% 떨어졌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진용화 동송농협 조합장도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지만 쌀 소비 시장은 내년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 올해 수준의 수매가격이 유지되면 내년에도 적자가 불보듯 한데 농자재 및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고충을 겪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수매가 인하도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역 별로 쌀 수매 배정량을 정하는데 도에 많은 배정량이 할당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농협 및 관련 부처 등과 협의해 쌀값이 예년보다 폭락하는 상황은 막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방문한 동송농협 RPC 내 미곡처리장에 지난해 수확한 2,000여톤의 쌀이 쌓여있다.
지난 4일 방문한 동송농협 RPC 내 미곡처리장에 지난해 수확한 2,000여톤의 쌀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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