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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삼미 슈퍼스타즈를 아시나요

강원도에서도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던 때가 있었다. 1981년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설립되고 이듬해 프로야구리그(KBO 리그)가 시작되던 그 당시 춘천공설운동장 야구장은 좀처럼 보기 힘든 프로야구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으로는 MBC 청룡,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가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가 있었는데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가 ‘우리’ 팀이었다. 그런데 연고지가 꽤 넓었다. 강원도는 물론이고 인천·경기, 이북 5도(?)까지를 포함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1982년 2월에 창단했으니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면 올해 40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창단 후 3시즌(1982·1983·1984)을 치르고 1985년 반시즌을 더 견디다 프로야구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만 비운의 팀이기도 하다.

◇1983년 4월 춘천야구장에서 열린 삼미 슈퍼스타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수많은 관중들이 매표소 앞에 줄 서 있다.

사실 삼미슈퍼스타즈의 모기업인 삼미그룹의 주요 사업분야가 프로팀까지 만들어 홍보를 해야하는 소비재 분야가 아닌데다 리그 시작전 팀을 급조했기 때문에 초라한 팀 성적은 당연한 결과였고, 그래서 매각이 더 쉽게 결정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창단 첫 공식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그해 최고 성적(77승1무32패·7할6리)으로 우승을 차지한 삼성을 눌러버린다. 팬들은 깜짝 선전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거기까지 였다. 그 해 4월25일 춘천에서 열린 OB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대 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1대 12로 역전패를 당한 적도 있으니 전반적인 경기력은 물론이고 뒷심 또한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런 경기가 쌓이면서 팀의 성적은 급전직하했고, 초대감독인 박현식감독은 5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퇴한다. 프로야구 최초의 감독 중간 사퇴 기록인 셈이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채 20승(15승 65패)을 거두지 못했고 꼴찌로 원년 전·후기 리그를 마감한다. ‘프로야구 진기록의 조연…삼미 슈퍼스타즈’ ‘마운드 약해 대역전패의 명수로 등장’ 한 신문의 제목이다. “슈퍼스타즈라는 팀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스타가 없는 프로야구팀 삼미는 허약한 마운드 때문에 동네북처럼 얻어터지며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팀 냄새가 전혀없는 삼미슈퍼스타즈는 약체마운드 때문에…” 신문기사의 내용도 야박했다. 전반적인 평가가 이렇게 냉정했다.

◇1983년 4월 춘천야구장에서 열린 삼미 슈퍼스타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하지만 반전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바로 사진 속 1983년. 그들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투수 장명부의 영입을 발표한다.

일본에서 뛰던 너구리 ‘장명부’의 등장으로 판도는 완전히 바뀐다. 장명부의 연봉이 1억 2,000만원에 달했다고 하는데 박철순 투수가 한 해 2,400만원 가량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말그대로 특급대우였다. 하지만 일본 리그에서 통산 91승 84패 9세이브를 기록한 장명부는 일본 프로야구계에서는 이미 은퇴한 선수였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실력으로 이를 제압해 버렸다. 한 시즌 팀당 100경기를 치렀던 입단 첫 해 무려 60경기에 출전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아직도 깨지지 않은 프로야구 30승(16패 6세이브) 기록을 세워버린다.

◇1983년 4월 춘천야구장에서 열린 삼미 슈퍼스타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 밴드가 등장에 흥을 돋우고 있다.

마운드가 최약체로 꼽히던 삼미 슈퍼스타즈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시쳇말로 ‘돈값’을 했다는 뜻이다. 1983년 시즌 삼미슈퍼스타즈는 52승을 수확하며 전· 후기 2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이 도깨비팀의 유쾌한 반란이 이어지면서 인기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사진들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열린 1983년 4월의 어느날 춘천야구장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화창한 봄날 강팀으로 탈바꿈한 연고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경기 모습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은 매표소부터 이어졌다. 자랑스럽게(?) 삼미 슈퍼스타즈 모자를 쓰고 표를 사기 위해 목을 빼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야구장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변변한 좌석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기장에 들어온 관중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이지만 야구 삼매경이 한창이다.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아름다운 도전은 이 해를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기억되며 아직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1983년 4월 삼미 슈퍼스타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보기 위해 춘천야구장을 찾은 수많은 관중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