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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메트로폴리탄 뉴욕]'381m 마천루' 뉴욕의 명물 40년 동안 세계 최고층 명성

8. 뉴요커들의 애정1번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중 절대 빠지지 않는 마천루 빌딩이 하나 있다. 바로 엠파이어스테이트(Empire State) 빌딩이다. 지금은 워낙 많은 초고층 빌딩이 세계 곳곳에 세워져 빛이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영예를, 건축된 1931년부터 무역센터 빌딩이 들어선 1971년까지 무려 40년간 유지해 온, 뉴욕의 상징 같은 건물이다. 지금은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하고 물었을 때 어디라고 답하기 쉽지 않을 만큼 세계 각지에 경쟁적으로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1971년까지는 누구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라고 답했다는 거니까 얼마나 유명세를 탔던 건물인지 알 수 있다. 지상 102층, 높이 381미터.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진 86층 위로 16층이 철탑으로 이루어진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이름도 미국의 황제州 라는 의미인 뉴욕주의 별칭(미국은 주마다 제각각 별칭이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2

1971년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각광 받으며 한동안 빛을 잃는 듯했던 이 건물은 2001년 무역센터 붕괴 이후 유일무이한 뉴욕의 역사적 상징 건물로서의 영예를 되찾았다. 행여 테러공격으로 화를 당할까 두려워 입구 보안검색이 더욱 철저해지고 뉴욕경찰(NYPD)의 주변 심문이 훨씬 강화된 것만 보아도 이 역사적 건축물을 잃기 두려워하는 뉴요커들의 진한 애착을 가늠해볼 수 있다. 5번 애버뉴와 34번 스트리트가 교차하는 뉴욕의 한복판, 제일 중심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건물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필자가 살던 맨해튼 아파트가 마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의 30층 높이였고, 창문 밖으로 늘 엠파이어 스테이트의 위용을 바라보며 살아서인지 개인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거의 매일 밤 색다른 컬러와 메시지로 빔을 발산하는 이 빌딩의 형형색색 야간조명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는 여기가 정말 뉴욕이구나 하는 느낌이 자연스레 스며든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정문

사실 뉴요커들의 애정만으로 뉴욕 랜드마크의 우선순위를 정해본다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름은 아주 높은 자리에 위치할 것 같다. 영화 ‘러브 어페어(Love Affair, 1995)’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에서 남자 주인공(각각 워렌 비티, 톰 행크스)이 여자 주인공(각각 아네트 베닝, 맥 라이언)과 재회하는 마지막 신, ‘킹콩’(King Kong, 1933, 1976, 2005)의 후반부 배경 건물,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4)에서 노래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이 탄생하는 옥상 녹음신 등 수많은 헐리웃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 랜드마크 빌딩에 대한 뉴요커들의 애정을 읽어볼 수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인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기원은 19세기 맨해튼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 자리(5번 애버뉴, 34번 스트리트)는 맨해튼 제일 한복판으로 사교계의 거물이자 거부였던 아스톨(Astor) 패밀리의 아스톨 맨션(Astor Mansion)이 자리하고 있었다. 뉴욕 사교의 중심이었던 이 맨션이 20세기 초 월도프 아스토리아(Waldorf-Astoria) 호텔로 개조(이 유서 깊은 호텔은 지금 미드타운 파크애버뉴로 자리를 옮겨 영업중이다)되어서도 역시 상류층 교류의 중심역할을 하였는데, 어느 날 뉴욕 자본가들이 누구나 탐낼만한 이 자리를 뉴욕의 마천루로 만들어 사업을 키우자고 의기투합한 게 건물의 기원이 되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워낙 오래되고 오랜 기간 세계최고층 건물로 각인 되어서 인지 건물에 얽힌 이야기 거리가 매우 많다. 우선 공사기간이 너무 짧았다. 1930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1931년 5월에 개장하였으니 당시 세계 최고층빌딩 건축에 불과 1년 2개월밖에 안 걸린 셈이다. 지금 기술로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최단기간 공사가 이루어진 셈인데 그 건축기법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어떤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큰 비결은 건물의 지반에 있었다. 보통 마천루 빌딩이 들어서려면 이를 지탱할 수 있는 기반암(bed-rock)이 얼마나 견고하게 잘 자리 잡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뉴욕은 잘 알려진 대로 지반이 거의 암석으로 이루어 있고(그래서 인지 맨해튼 도시 자체가 기운에 세게 느껴진다), 특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아래 기반암이 지표면에서 아주 가깝게 위치해 있어 지반공사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이 빌딩의 지반공사는 지하로 불과 2층 정도까지만 파고 들어갔다고 하니 비전문가들에게도 얼마나 공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한 가지 비결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설계 공모가 이루어진 만큼(엠파이어 스테이트는 16번째 공모 당선작이다) 실제 착공 전에 시공 계획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이루어져 있었고, 민관이 힘을 합쳐 실제 시공도 빈틈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피츠버그로부터의 철강, 인디애나로부터의 채석 등 자재와 인력 공급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이루어짐에 따라 매주 4~5층 정도의 높이로 건물을 올렸다고 하니 얼마나 빠른 시공으로 건물을 완성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인부들이 업무 단절 없이 일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식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간이 식당과 급수 엘리베이터를 각 층고에 맞게 계속 위로 올리는 식으로 공급하였다고 하니 작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엽서

또 한 가지 이야기거리는 이 빌딩이 얼마만큼 견고하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것이다. 1945년 7월 28일 미군 소속 폭격기(B-25) 1대가 항로 이탈로 이 빌딩의 79층과 80층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사망자는 조종사 3명과 당시 해당 층에 있던 11명, 총 14명뿐. 해당 층은 일부 훼손되었으나 건물 자체는 멀쩡하였다고 한다. 물론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항공기와 실수로 들이받은 프로펠러기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겠지만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무역센터 빌딩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 건물을 짓는데 소요된 인부는 평균 2,500명, 많을 땐 4,000명까지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건축 기간 중 실제 사망 사고 발생은 한 자릿수였다고 하니 초고층 플랫폼에서 특별한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던 당시 열악한 근로 상황을 생각하면 공사의 안전성이 얼마나 경이로운 수준이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따름이다.

최재용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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