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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미리보는 토요일]동강 따라 마을이 흐르는 영월, 그곳에는 삶이 있었다

중앙·서부시장·덕포5일장
사람 모이고 먹거리 풍성
닭강정·메밀전병 인기몰이
단종과 김삿갓의 스토리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보이는 포도밭,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물결, 별빛 가루를 뿌린 듯 빛나는 동강. 지금 영월은 찾아온 가을이 만든 풍성함으로 가득하다. 고향을 그리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는 어떤 애달픈 어린 왕의 사연과 전국을 주름잡았다는 어떤 방랑시인의 이야기가 영월의 아름다운 지금과 겹친다.

주민들의 이야기가 가장 생동감 있게 흐르는 장소는 시장이다.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을 한 눈에 홀릴 중앙시장에서 서부시장, 덕포 5일장까지, 이렇게나 예쁜 풍경에서 아기자기한 삶을 꾸려 온 영월 사람들의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처진다.

영월의 명소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영월대교 인근 둑길에는 덕포리 '영월5일장'이 열린다. 4와 9로 끝나는 날에만 만날 수 있는 마을의 명물이다. 인근지역인 원주, 평창, 충북 제천 등에서 온 장꾼들이 제철 과일, 생선이나 생필품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영월 지역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영월 고씨굴 방면에서 온 고옥분(78) 어르신은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마늘과 고사리, 고구마줄기, 취나물, 곤드레나물을 팔고 있다. 명절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30년 전부터 장에 나왔단다. 넘실넘실 옥타브가 확실한 영월 사투리로 노래하듯 듣는 굴곡진 30년사가 정겹다.

산솔면에서 온 정순구(84) 어르신은 조금씩 판 돈을 병원에 다니는데 쓴다고. 5일마다 열리는 장날에 모인 이웃들이 오순도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모습이나 막걸리 한잔 기울이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정겹다. 따가운 더위에 원주에서 온 슬러쉬 기계도 계속해서 돌아가며 손님들의 목을 축여준다.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영월 서부시장은 명실상부한 영월의 중심이다. 닭강정과 메밀전병, '인스타 핫플'로 부상한 카페까지, 영월을 찾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할 먹거리도 가득하다. 고소한 전과 닭 튀기는 냄새가 진동하는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전을 부치는 분주한 손길과 이른 시간부터 전이며 올챙이국수를 맛보기 위해 줄 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열기로 가득한 시장 골목에 대충 걸터앉아 훌훌 넘기는 국수 맛이 별미다. 골목을 빠져나와 밑으로 내려가면 옷가지와 원단, 생필품을 파는 '김삿갓방랑시장' 이 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낡은 건물을 영월군이 2005년 45억의 사업비를 들여 리모델링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됐다고.

영월의 전통시장은 비록 찾는 이가 줄어들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겹칠지언정 주민들의 일터이자 삶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가을 햇살이 고개를 내밀 무렵 영월을 찾으면 사람과 삶, 마을이 한 달음에 달려온다. 이현정·박서화·김현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