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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불쏘시개 역할 ‘침엽수’들은 왜 ‘활엽수’으로 바뀌지 못할까

/기획/ ‘봄의 악몽’ 산불, 막을 방법 없나
(2) 내화수림대 조성 시급

◇동해안 산불 발생 1년이 지난 올해 동해시 산림(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지난해 3월 산불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의 산림이 '도로 침엽수림대'로 가고 있다. 산불 발생시 불쏘시개인 침엽수 대신 내화수종인 활엽수로 갱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시됐지만 요원한 실정이다.

■올해 조림 수종 80% '소나무'=지난해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강릉, 동해, 삼척의 산림 복구 계획(2023년~2025년)에 따르면 전체 피해 산림면적 6,383㏊ 가운데 국유림과 자연복원지를 제외하고 지자체 주도로 조림 사업이 추진되는 면적은 2,173㏊(강릉 598㏊·동해 1,208㏊· 삼척 367㏊)이다.

올해 조림 사업이 추진되는 면적은 1,004㏊(강릉 240㏊·동해 466㏊·삼척 298㏊)로, 이 중 81%의 면적에 '소나무'를 심을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릉시는 당초 3년에 걸쳐 조림사업지 598㏊ 중 360㏊에 내화수종인 '굴참나무'를 심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 첫해인 올해, 굴참나무 묘목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소나무 200㏊, 자작나무 40㏊부터 심기로 했다.

동해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림사업지 1,208㏊ 중 700㏊에 '참나무'를 심을 계획이었지만, 올해 확보한 묘목은 소나무 360㏊, 활엽수 106㏊였다.

강릉, 동해시 관계자들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경북에서도 역대급 대형산불이 발생하면서 내화수종 묘목 공급난이 발생했다"며 "내화수림대 조성 계획은 세웠지만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나무 압도적 선호 산주 설득 어려워=내화수림대 조성의 또 다른 난관은 '사유림'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동해안 산불 피해 산림면적의 64%는 '사유림'이다.

특히 삼척시의 경우, 조림 면적 367㏊가 사실상 전부 '사유림'이다. 지난해 삼척시가 산불 피해를 입은 산주들을 대상으로 조림 희망 수종을 조사한 결과 70%가 '소나무'를 선택했다. 이를 토대로 삼척시는 조림 면적의 78%를 '침엽수림'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소나무에 대한 주민들의 정서적 선호도가 높을뿐만 아니라 송이 채취가 가능한 경제적인 이유까지 더해진 결과다.

삼척시 관계자는 "정부는 내화수림대 조성을 권고하지만, 산주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경남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간지풍으로 불이 순식간에 번지는 강원도의 특성상 내화수림대 조성은 산불 확산 방지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기초지자체가 앞으로 3년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