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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 경포벚꽃축제

문학의 소재로서 꽃처럼 창작자의 영감을 자극하는 것이 있을까. 꽃은 색채와 형태, 향기 자체로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계절마다 피어나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벌과 나비, 햇빛과 바람 등의 주변적 요소들과 맺는 관계에 따라 수많은 표현이 가능하다. ▼봄이다. 봄의 대명사는 꽃이다. 회갈색의 단조로웠던 겨울 풍광이 봄을 맞아 바탕색을 연초록으로 바꾸며 그 위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자연의 신비다. 김춘수 시인은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 노래했다. 대지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모두가 하나의 영혼 그 자체다. 그래서 자치단체마다 봄꽃 대축제를 벌인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꽃 피는 시기를 제대로 맞힐 수 없다. 지난해 4월 축제를 잡았다가 꽃이 3월에 일찍 피어 ‘꽃 없는 꽃축제’를 치르기도 했다. 올해는 축제일을 당겨 놓은 3월에 꽃샘추위로 개화 시기가 늦어져 노심초사다. 전국 최대 벚꽃축제인 경남 창원의 진해군항제가 난항이다. 벚꽃축제에 벚꽃이 없다. 축제 시작 후에도 개화율이 10%대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영동지방의 봄꽃 축제의 백미는 1993년부터 시작된 강릉 경포벚꽃축제다. 경포대는 관동팔경 중 하나로 경포대 진입로 주변 3㎞ 구간은 매년 만발한 벚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경포벚꽃축제는 계획보다 1주일 늦춘 다음 달 5일부터 열린다. ▼봄 개화에는 순서가 있다. 겨울 막바지 무렵 동백이 개화하고 이어 산수유와 목련이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유채꽃 순으로 바통을 이어받고 철쭉이 피면서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젠 기후변화로 봄꽃들의 개화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많은 봄 꽃 중에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은 벚꽃인 것 같다. 일본의 사쿠라에 대한 반감이 물론 있었지만 벚꽃의 화사함으로 새봄을 활기차게 맞는 일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 일상을 기후변화가 뒤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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